부산 해운대 살인사건이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한 아내의 청부살인으로 드러났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8일 남편 살해를 청부한 A씨(69)를 살인방조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로부터 돈을 받고 강도로 위장해 범행을 저지른 B씨(45)에 대해서는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20분쯤 A씨의 남편이 잠든 주택 3층 출입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A씨가 미리 열어뒀다. B씨는 A씨의 남편을 흉기로 찌른 뒤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오후 6시쯤 귀가한 A씨와 딸을 결박하고 현금 24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B씨는 이후 친누나를 찾아가 혈흔이 묻은 자신의 옷, 흉기, 둔기 등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친누나는 이를 용호동에 있는 한 부둣가 바다에 버렸다. 경찰은 잠수부를 투입해 방파제로부터 약 5m 떨어진 수심 11m 지점에서 A씨 남편의 혈흔이 남은 둔기를 찾아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부터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평소 남편과 금전적 문제로 자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신혼 초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결혼생활 40여년동안 경제권을 쥔 남편의 언어폭력과 압박이 누적돼 폭발한 것 같다”며 “비누 하나를 구입하는 데도 상식적인 수준 이상으로 간섭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씨는 범행을 저지르는 대신 A씨로부터 3000만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지난 3~6월 사이 두 차례에 걸쳐 교통사고로 위장해 A씨 남편에 대한 살해를 시도했지만 마땅한 범행장소를 찾지 못해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지난달 남편과 금전문제로 크게 다툰 이후 살해 계획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추가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에 과도한 거부반응을 보였다”며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가족의 설득이 더해지자 A씨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A씨는 지난 6일 자진출석해 자백했다.
경찰은 추가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유족에 대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피해자 보호제도와의 연계도 검토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