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깡패면…” 北 ‘강도’ 비난에 뿔난 美 폼페이오의 응수

입력 2018-07-08 16:09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 6~7일 북한과 미국 간 고위급 회담이 처음 열린 후 북한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때아닌 ‘강도’ ‘깡패’ 논쟁을 벌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8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한국·미국·일본 외교장관회담 일문일답 과정에서 “우리 요구가 깡패면 세계가 깡패”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평양에서 열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 회담과 관련 미국 태도에 불만 표출했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 측은 싱가포르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요,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 조건들까지도 우리가 인내심으로부터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담화문 영문판에서는 ‘강도적’이라는 표현을 ‘깡패 같은(gangster-like)’이라고 표현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깡패’라는 표현을 사용해 반박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깡패’ 발언을 하면서 “언론이 제 말에 너무 관심을 가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것을 하는 게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것은 3가지가 있었다. 북미관계 개선, 북한 체제 보장,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앞서 모두발언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 국무장관으로선 오늘 도쿄를 첫 방문했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만나서 매우 기쁘다“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두 사람의 지지에 감사한다. 그리고 서일본 재해에 대해서도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회담 이후 한미일 3국 공조를 강조한 것은 그 회담의 결실이 있게 하기 위해서”라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선의를 갖고 대화했다.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7월 중순 판문점에서 만나서 미군 유해 반환에 대해서 논의할 것을 북한과 합의했고 북한은 이미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 파괴에 대해서도 약속했다”며 “이는 세계를 안전하게 할 것이고 이를 위해 계속 논의할 것이다. 우리 앞의 미래는 도전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비판가들은 이를(우리의 진전이나 성과를) 축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