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완 교수의 좌충우돌 아랍주유기>⑷ UAE 의사면허 따기

입력 2018-07-08 08:18

기선완 교수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UAE는 공식적으로 행정 절차를 통과하면 대한민국 의사에게 UAE에서 일할 수 있는 의사면허를 발부해줄 수 있는 국가이다.

그렇다면 한국 의사 개인이 UAE에 의사면허 신청을 해서 면허를 받고 두바이나 아부다비에 취업해서 환자 진료를 할 수 있을까?

가능한 일이지만 의사 개인이 혼자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UAE 정부가 요구하는 학력과 경력 사항 그리고 무과실증명에 대한 자료를 모두 준비해서 일단 대한민국 외교부의 인증을 받고 이를 다시 주한 UAE 대사관에 가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의 의사들 중에 의외로 의료 사고나 분쟁을 경험했기 때문에 무과실증명을 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

이런 자료들은 UAE 정부에서 용역을 준 경력 확인 회사로 넘어가서 검증을 받는다. 임상 활동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2년 간의 진료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

박사 학위나 국제적으로 검증된 SCI 논문이 있으면 유리하다. 물론 대학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충분히 있을수록 경력을 인정 받기 쉽다.

자료의 검증에는 약 2개월 이상이 걸리며 만약 자료에 의문이 있으면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 받게 된다.

이때 의사가 먼저 현지에들어와 있으면, 한국에서 외교부와 주한 UAE 대사관의 자료 확인을 다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자료 하나 보완을 위해 다시 귀국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필자도 같은 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를 수료했기 때문에 한장의 서류에 인턴과 전공의 수료 확인이 같이 되어 있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다시 인턴과 전공의 수료증을 따로 따로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자료를 다시 보완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과거 이력 확인에만 3개월 이상이 쉽게 걸린다.

자료에 의문이 생기면 확인을 위하여 UAE 해당 관청에서 한국의 담당 기관으로 영어 이메일을 보내거나 국제 전화를 하게 되는데, 이때 한국의 해당 기관에서 적절하게 응대를 해주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그러므로 의사의 과거 이력이 평가 받는 동안에 UAE 현지에서 행정 절차를 대행하여 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한국의 의사는 한국에 있으면서 자료 보완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면허를 발부 받기 위해 의사가 먼저 한국의 직장을 사직하고 UAE 현지로 들어가면 최소 3개월 이상을 아무 일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

면허는 아부다비는 아부다비보건청(HAAD), 두바이는두바이보건청(DHA)에서 독자적으로 발부하고 다른 지역은 모두 보건부(MOH)에서 관장한다.

해당 관청마다 요구하는 자료와 행정 절차가 조금씩 다르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영어권 국가 바로 아래 등급인 Tier 2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의사면허 발부에 있어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UAE의 의료행정체계는 모두 영국식이며 미국식 방식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설다. 의사의 등급은 영국의 의사 등급 체계와 동일하게 일반의(GP), 전문의(specialist), 자문의(consultant)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문의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의를 뜻한다.

다른 의사들의 어려운 환자 진료를 자문하고 교육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경력과 학력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어떤 등급의 의사가 가능하며 필기시험 대상인지, 면접시험 대상인지, 그리고 영어시험 점수 제출에 대한 최종 결과가 통보된다.

그러므로 영어에 대한 사전 준비가 꼭 필요하다. 영국식 영어 능력평가 시험인 IELTS나 토플(TOEFL) 점수 제출이 요구된다.

모든 행정 체계는 영국식으로 잘 갖춰져 있으나 행정 운용의 일관성이 없고 행정 절차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면허 취득의 과정에서 마음이 상하고 지쳐서 포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빨리 빨리 문화가 없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야 한다. 일부 임상과의 경우 UAE에 다른 나라 의사들의 진입을 잘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천신만고 끝에 의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면허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일하기로 확정된 직장에서 자리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서 그 병원에 의사로서 등록을 진행하고 거주 비자와 의사 면허증 그리고 신분증을 받는 행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과정에 수수료가 발생한다. 세금이 없는 대신에 수수료와 과태료가 많다. 만약 한국형 병원을 새로 설립하고 그 곳에서 진료를 하겠다면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문제이다.

병원 신설의 경우 의사 면허 신규 취득보다 열배는 복잡하고 힘들다. 그러나 이미 다른 나라 의사들 특히 유럽이나 인도의 의사들이 중동의 허브인 UAE에 많이 들어 와서 활발하게 진료 활동을 하고 잘 적응하고 있다.

한국의 의사들이 결코 그들보다 못하지 않다. 아직 경험이 없을 뿐이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