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호지치 감독, 과연 그는 한국 축구와 ‘맞는 옷’일까

입력 2018-07-08 13:10
사진 = 한국 축구 대표팀의 차기 감독 후보로 바히드 할릴호지치. 뉴시스

아시안컵과 월드컵을 이끌 한국 축구 대표팀의 차기 감독 후보로 바히드 할릴호지치가 지목됐다. 할릴호지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두달전까지 이웃나라 일본 축구 대표팀을 지휘했던 감독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알제리 일간지 ‘DZ FOOT’은 7일(한국시간) “한국이 할릴호지치와 접촉했다. 알제리 대표팀 복귀가 유력했지만 한국에 제안을 받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프로필은 매력적이다. 그는 이미 아시아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다”라고 보도했다.

할릴호지치는 코트디부아르, 알제리 등을 거친 후 2015년 3월부터 일본을 이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대회를 2개월 앞둔 지난 4월 전격 경질됐다. 자신 만의 색깔을 일본 축구에 입히려 노력했으나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중도 퇴진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한 축구와 반대되는 자신의 투박한 축구철학을 대표팀에 주입하려다 주축 선수들과 갈등이 생긴 게 이유였다.

사진 = 2017 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일본 대 한국의 경기에서 신태용 감독과 할릴호지치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아시아 경험 갖고 있는 할릴호지치, 일본과는 ‘악연’

할릴호지치는 꿈의 무대인 월드컵을 앞두고 경질을 당한만큼 일본에 대한 복수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현재 그는 일본축구협회를 상대로 부당한 해고라며 공식 사과와 함께 위자료 1엔(약 10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축구협회는 이후 할릴호지치 후임으로 기술위원장인 베테랑 지도자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선임했다. 부족한 시간적 여유로 새로운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잇따랐지만, 아키라 감독은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강한 압박을 하는 자신들의 본래 축구를 고수하는 것으로 그러한 일각의 우려를 씻어냈다.

일본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폴란드와 콜롬비아, 세네갈이 속한 32강 조별예선 H조에서 살아남으며 16강에 진출했다. 비록 ‘황금세대’의 대명사로 꼽히는 우승후보 벨기에 앞에 무릎을 꿇으며 8강 티켓을 따내는데 실패했지만, 잠시나마 그들을 2대0으로 몰아붙이며 자신들의 축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일본에서도 할릴호지치의 경질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할릴호지치는 한국과도 두 차례 인연이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 대표팀을 지휘하며 조별리그에서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이끌던 한국을 4대2로 완파했다. 당초 한국은 알제리를 1승 제물로 노리고 대회에 임했지만 알제리의 맹공에 대량실점을 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결국 알제리전 패배가 발목을 붙잡아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할릴호지치는 일본 대표팀 사령탑으로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에 1대4로 패했다. 선수 점검의 성격이 강했지만 상황에 관계없이 언제나 중요한 한일전인 만큼 여론의 급격한 악화는 피하지 못했다.

할릴호지치는 한국과도 몇 차례 인연이 있는데다 일본을 지도함으로써 아시아 축구는 물론 한국 축구도 굉장히 잘 꿰뚫고 있는 것이 가장 감독 후보로서 가장 큰 장점이다.

◆ 할릴호지치의 스타일, 한국에는 ‘맞는 옷’ 일까

할릴호지치는 괴짜로 불릴정도로 독특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모난 성격에 무척이나 까다로운 팀 운영 잣대로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본 대표팀에서 경질된 것 또한 선수단 장악 실패와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가 발단이었다.

할릴호지치는 피지컬적으로나 개인기량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을 기본으로 갖춘 투박한 체력 축구를 강조한다. 체지방을 일일이 체크해 선수 선발 기준의 하나로 삼는 등 강력한 규율을 준수할 것을 선수들에게 요구한다. 일본 대표팀 감독을 이끌 시절 명성과 상관없이 소속 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들을 뽑겠다고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유명 스타선수들에게도 미팅을 통해 확실하게 감독으로서 자신의 주문을 한다. 그동안 일본 대표팀을 이끌며 절대적인 입지를 가졌던 오카자키 신지와 카가와 신지, 심지어 간판스타라 할 수 있는 혼다 게이스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의 규율이나 전술에 맞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호출조차 하지 않았다.

할릴호지치는 선수들에게 엄격한 규제를 하는 감독이다. 선수들의 식사 시간 및 숙소 귀간 타이밍을 관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담당 코치를 통해 선수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고 보고받으며 선수의 컨디션을 5단계로 책정하여 자신의 정한 ‘레벨’에 부합하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해외파 선수들이라고 우선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비록 섬세한 패스플레이를 중시하는 일본 축구와는 ‘맞지 않는 옷’이었지만, 빠른 스피드와 체력적인 투혼을 강조하는 한국 축구에 있어서는 그의 감독으로서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다. 할릴호지치는 좁은 영역에서의 적은 터치 수와 제한적인 볼 터치, 전방 압박과 볼탈취 후 직선적인 바른 공격등을 요구한다. 적은 볼 터치로 빠른 속공과 압박, 그리고 많이 뛰며 꾸준히 전방 압박을 할 것을 요구한다.

할릴호지치는 일본 축구협회와 몇몇 선수들과 역시 이러한 그의 선수배치 스타일에 불만을 가졌지만 자신의 신념을 고수해왔다. 그러한 성격 탓에 일본 뿐만 아니라 맡아 왔던 국가의 축구협회와 불화설 역시 끊이질 않으며 부임 시절 경질설에도 여러 번 휘말렸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축구협회를 비롯한 외부의 주문이나 압박에 휘둘리지 않는 그의 성격은 현재 한국 축구에 있어서 개혁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사진 =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 뉴시스

◆ 신태용과 경쟁, 축구 협회의 선택은?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도 후보로 올려 다른 후보들과 경쟁하는 선임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만큼 차기 감독의 선임에 대해 전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다. 비록 목표였던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독일을 꺾었던 신 감독의 공로가 인정됐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대회 수준에 맞는 감독, 9회 연속 월드컵 진출한 나라의 격에 맞는 감독, 예선 통과 경험이나 대륙컵 대회 경험이나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 우승 경험 등의 경력을 가진 감독, 축구 철학에 부합한 감독, 능동적인 축구 스타일을 추구하는 감독 등을 선임의 기준으로 꼽았다.

김판곤 선임위원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은 능동적인 경기로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를 얻는 것이다. 심판에게 항의하지 않고 상대에게 보복하지 않으며 경기를 존중해서 신속한 경기 운영을 펼쳐야 한다. 상대, 심판 그리고 동료를 존중하는 겸손함도 추구해야 한다”고 한국 축구의 색깔과 철학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체력과 기술은 기본이다. 단기간에 이루기는 어렵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축구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소년부터 적절한 교육도 준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제 아무리 명장이라도 한국 축구 스타일과 맞는 감독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감독 선임위는 10명 정도의 외국인 사령탑 후보 리스트를 준비해 신 감독과 이들의 능력을 면밀하게 비교 판단해 3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축구협회는 9월 있을 A매치를 감독 선임의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아시안컵이 채 5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는 없다. 감독 커리어로서의 결과와 한국 축구와의 철학, 장기 플랜을 이끌만한 역량까지 모두 맞아 떨어져야한다.

할릴호지치는 한국 감독직 뿐만 아니라 알제리 측의 복귀 제안을 받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 외에도 북아프리카에서 이집트와 모로코, 서아시아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그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며 주가가 높은 상황이다. 한국 축구의 비전과 장기 플랜을 실행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 과연 할릴호지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