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못 만나고 돌아간 폼페이오… 북한 “미국 태도 실로 유감스럽다”

입력 2018-07-08 06:36 수정 2018-07-08 10:01
AP 뉴시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성과를 놓고 양측의 평가가 엇갈렸다. ·미 비핵화 후속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미국 국무부가 예고했던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 면담이 불발돼 북한이 미국 측 협상 전략에 불만을 표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오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 설정을 묻는 질문에 “회담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다”며 “하지만 우리는 ‘많은 시간(a good deal of time)’을 할애했고, 복잡한 이슈이긴 하지만 우리는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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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등 이번 방북에 동행한 외신 풀 기자단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복잡한 이슈이긴 하지만 거의 모든 주요 이슈에서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 누구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생산적인, 선의의 협상을 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비핵화 로드맵 도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나 다른 부분에서는 여전히 해야할 일이 더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6일과 7일에 진행된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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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미(북미)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이를 위해 실패만을 기록한 과거의 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기성에 구애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신뢰 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이날 오후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 1, 2차 방북 때 모두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세부 논의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하는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비핵화 검증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는 것을 언급했다. 비핵화 로드맵 도출은 앞으로 워킹그룹을 통해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 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