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규탄 집회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시아나항공 회사 측은 내부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공항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했다. 회사 통신망에 익명 게시글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내부 규정도 바꿨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직원들이 뭉치니 무언의 압박을 주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6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내식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최근 벌어진 기내식 논란과 관련해 사측의 무책임한 대응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승객과 직원에게 전가하는 경영진의 퇴진을 촉구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인천공항을 찾아 직원을 격려하며 분위기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오전 공항 현장을 돌면서 직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박 회장은 직원들에게 “고생이 많다. 모두 내 잘못이다”며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모인 익명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는 “오늘 박 회장이 공항에 온다며 ‘개인 용모, 복장을 점검하라’, ‘회장님과 마주치면 인사를 철저히 잘 해달라’ 등의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며 “직원들이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직원의 용모와 복장을 단속하는 것을 보니 여전히 회사 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들이 다수 나왔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용모나 복장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오는 9일부터 사내 통신망의 익명 게시판 기능(‘나의 제언란’이라는 코너)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제까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때 회사의 검열을 거쳐야했지만, 앞으로는 사전 검열 절차가 사라진다. 아사아나항공 관계자는 “기존에는 남을 비방하거나 신분이 노출되는 등 규정에 어긋나는 게시글은 사전에 걸렀는데 이를 사후에 삭제하는 방침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과거 나의 제언란 코너에 취업규칙 변경 등에 대한 비판글이 올라오자 사전 검열 방침으로 바꿨으면서 이제와서 검열 장치를 없앤다는 의도가 불순해보인다”며 “익명 카톡 대화방을 통해 직원들이 뭉치는 것을 경계하고 무언의 압박을 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