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은 수사 보강 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영장 청구 당시 빠졌던 상속세 탈루 혐의에 수사가 집중될 전망이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조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살피면서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3시가 넘어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조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이 기각되자 남부 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 회장은 귀가했다.
앞서 검찰은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수백억원대의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지만 이번 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남부지검 관계자는 “상속세 탈루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났는지 여부를 더 검토해야 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은 해외 계좌에 50억원 이상이 있는데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토록 한다. 상속세 탈루 혐의보다 수위가 낮은 다른 혐의로 일단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그러나 탈세 혐의가 빠진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검찰은 당분간 조 회장의 세금 탈루 혐의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은 경위와 상속세 규모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조 회장은 부친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이 2002년 사망한 뒤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조 회장이 내지 않은 상속세 규모가 5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조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지난달 25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회장을 소환조사했다.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도 지난달 26일 조사했다.
검찰은 조 회장의 200억원이 넘는 횡령·배임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계열사 건물 관리 업무를 계열사에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또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조 회장은 약사와 불법 계약을 맺고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의 한 대형약국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약국은 지난 18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료 약 1000억원을 받아갔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