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용자 지휘·감독 없는 대기시간은 노동시간 아냐”

입력 2018-07-06 14:06


대법원이 버스운전기사가 다음 운행 전까지 차량을 정비하거나 청소, 휴식 등을 취하며 대기하는 시간을 전부 근로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6일 버스운전기사 문모씨 등 5명이 A운수회사 등 2곳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기시간 동안 근로시간에 이미 반영된 1시간을 넘겨 청소나 차량점검 등 업무를 했다거나, 대기시간 중 회사가 업무를 지시하는 등 구체적으로 버스운전기사를 지휘·감독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임금협정과 회사 취업규칙은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정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 가능하다고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기는 했으나 다음 운행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어 버스운전기사가 휴식시간으로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버스운전기사들이 (대기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대부분 자유롭게 활용한 것으로 보이고 개인 용무를 보기 위해 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에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이 포함돼 있어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버스운전기사 문씨 등은 버스 운행 후 영업소에서 배차를 담당하는 직원이 정해주는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하면서 식사와 휴식, 차량정비, 청소 등을 했다.

이들은 회사와 하루에 기본근로 8시간과 연장근로 1시간을 포함해 일일 9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근무시간 중 휴식시간을 준다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문씨 등은 2011년 회사를 상대로 운행시간 외에 운행준비 및 정리시간 20분과 가스충전 및 교육시간, 대기시간 등도 노동시간에 포함해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앞선 1·2심에서는 운행준비 및 정리시간과 가스충전 및 교육시간은 물론 대기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된다며 원고에게 각각 170만원~48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두고 “대기시간 중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미치는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대기시간이라도 지휘·감독이 미치지 않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시간은 노동시간이 아니라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이재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