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광 김정은이 통일농구 불참한 이유는?

입력 2018-07-06 13:16 수정 2018-07-06 13:34
남측 이문규 감독(왼쪽 3번째), 북측 이덕철 감독(왼쪽 4번째)과 선수들이 5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 경기를 마친 후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결국 남북 통일농구 경기를 관람하지 않았다.

왜일까. 6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비핵화 관련 협상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년 만에 열렸던 남북 통일농구 경기는 지난 5일 환송 만찬 및 6일 우리 측 대표단 및 선수단 귀환으로 완전히 막을 내린다. 김 위원장은 전날 남북 남자·여자부 경기를 관람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5일 오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우리 측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국무위원장께서 지방 현지지도길에 계신다”며 통일농구 경기 관람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때는 관람을 했다. 이번 남북 통일농구 경기는 4·27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사항이며 농구광인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김 위원장 자신의 제안으로 남북 정상 간 합의에 의해 성사된 남북 통일농구 경기 대회를 정작 김 위원장이 관람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굉장히 의외다. 김 위원장이 제안해서 성사된 것이고 본인이 농구광으로 알려져 있고 지난번 예술단 참관했듯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북한이 우리 정부에 불편한 마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 측이 대북 제재에 묶여 가시적인 경제협력은 잘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에 우리 측 태도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명하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방북하는 폼페이오 장관과의 협상을 준비하는데 집중하길 원한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남북 통일농구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면 관람도 하고 만찬도 참석하는 등 상당한 시간을 상당히 소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김 위원장 본인도 마음의 여유가 없던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6일부터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이루어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가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을 현지지도 하는 모습을 2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조 장관은 전날 우리 측 공동취재단과의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현장지도에 대해 “신의주 쪽 지방”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신의주화장품공장을, 지난 1일쯤엔 신의주 화학섬유공장과 방직공장을 시찰했다. 경제개발 총력 집중을 천명한 상황 속에서 신의주 등지의 산업시설 점검 행보를 이어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