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세계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서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앞지르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5일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머지않은 미래 2038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게임 속 미래는 인간과 구별 불가능한 외모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 ‘안드로이드’가 보편화 돼 있었다.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 입장이 돼 게임을 진행한다.
게임에서 표현한 미래는 고작 게임이라고 치부하기엔 꽤 실감 난다. 과연 게임을 통해 보는 20년 후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① 실업률 37.3%
안드로이드는 잠도, 음식도, 휴식도, 월급도 필요 없다. 가격은 7999달러(약 895만원)로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기업은 ‘사람 자리’에 안드로이드를 채우기 시작한다. 가사도우미, 점원, 환경미화원, 놀이공원 직원, 택배 기사, 건설일용직 노동자 등 대부분 직업에서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대신한다. 버스나 택시는 안드로이드 없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인공지능은 ‘예체능’ 분야에서도 사람을 뛰어넘었다. 게임에서 안드로이드로 구성된 밴드가 권위 있는 음악상의 적임자로 선정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② 인간 경찰보다 나은 안드로이드
게임 속 주인공인 3종류의 안드로이드 중 ‘코너’는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다. ‘협상가’라는 초점에 기능이 맞춰진 코너는 인간이 해내지 못한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내고, 인질범에게서 인질을 구해낸다. 코너는 인간 경찰보다 현장 감식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피해자가 흘린 피를 통해 현장에서 바로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며, 수집된 증거들을 통해 범행 과정까지 완벽하게 복원한다. 달아난 범인을 추격할 때도 가장 효율적인 추격 경로를 즉시 파악해 검거의 효율을 높인다.
③ 스포츠, 동물원, 매춘업
‘로봇이 설마 이것까지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게임에선 모두 현실화돼 있다. 안드로이드는 스포츠 분야까지 진출했다. 야구 선수의 구속이 시속 164㎞면 ‘최고 빠른 투수’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게임 속 투수 안드로이드는 인간 타자가 받아내기 어려운 시속 193㎞를 던진다. 동물원에도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가득하다. 멸종된 동물이 안드로이드로 완벽히 재현되어 전시돼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동물과 달리 프로그래밍 된 안드로이드 동물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심지어 안드로이드로 운영되는 매춘업소도 보인다.
④ 안드로이드의 반란
상점 곳곳에는 ‘안드로이드 출입금지’라고 표시돼 있고, 버스도 안드로이드 탑승 구역이 따로 존재한다. 게임 속 안드로이드들은 ‘플라스틱 덩어리’라며 차별당하고 학대받는다. 인간의 계속되는 학대와 차별 속에서 ‘불량품’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불량품으로 불리는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폭력에 반격하고 차별에 분노하며 죽음에 두려움을 느낀다. 불량품들은 안드로이드가 해방되는 날을 꿈꾸며, 무리를 이뤄 반란을 일으키는 상황에 이른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는 게임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은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지배하는 또는 지배당하는 미래를 만든다. 언젠가 우리는 게임과 같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인류 멸망, 로봇 반란, 인류와 로봇의 공존 모두 우리 손에 달렸다.
서현숙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