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내역이 엑셀이 아닌 PDF 파일로만 공개된 이유

입력 2018-07-06 12:42 수정 2018-07-06 14:20
박근용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특임간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2층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과 분석결과 출력물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 폐지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회가 특활비 정보공개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회가 공개한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을 보면 국회 특활비를 한 번이라도 지급 받은 사람은 298명에 달하는데, 수령인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지급 받은 수령인은 ‘농협은행(급여성경비)’이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각각 18억, 20억, 21억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농협은행이 국회 특수활동비를 사용했을 리는 없다. 결국 실제로 사용한 의원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국회는 지출결의서 복사본 1529장을 PDF 파일 형태로 공개했다. 국회가 공개한 PDF 파일은 지출내역서 원본을 복사한 이미지다. 내용을 복사나 붙여넣기할 수 없어 현황 파악을 위해서는 1529장을 일일이 한장씩 보면서 금액과 내역 등을 기입해 재가공해야 한다.

박근용 참여연대 특임간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왜 국회가 엑셀 파일이 아닌 PDF 파일로 내역을 공개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실 기분은 좀 안 좋다”고 답했다. 박 특임간사는 “국가가 가진 정보를 어떤 형태의 파일로 달라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국회가 원문뿐만 아니라 엑셀로 준비된 것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제공하면 좋은데 그 정도의 오픈마인드는 안 돼 있는 게 여전히 드러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각 정부 기관은 보기 편하도록 정보를 가공해서 제공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서울시는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집행현황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보기 편하게 가공할 ‘의무’는 없지만, 국민들의 정보공개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2013년 이후의 특활비 지출내역 공개를 꺼리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참여연대가 이번에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아 공개한 특활비 지출내역은 2011~2013년 자료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신청을 한 2015년 5월까지 결산이 완료된 자료다. 참여연대는 2014년부터 2018년 4월까지 특활비 지출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회는 이를 거부했다.

박 특임간사는 “(참여연대 외에도) 2014년 이후 국회 특활비 공개를 요청한 언론사 및 단체가 있는 걸로 안다”며 “국회 측이 로펌에 대응을 맡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정보공개를 피하기 위해) 또 세금으로 법적비용을 내겠다는 것”이라며 “사법자원과 국가예산 2~3중으로 쓰는 것이다. 무엇을 감싸고 싶어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는 “법적 대응은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무처 관계자는 “(로펌에 사건을) 맡길 수도 있겠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며 “현재 원구성도 안 된 입장이라 결정할 사람도 없다.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해명했다.

과거 국회가 특활비 지출내역서 수천장을 수기로 옮길 경우에만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형식적으로 응할 뿐 사실상 거부했다는 것이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2004년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회 특활비 정보가 결정된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당시 국회는) ‘직접 와서 필사해 가라’고 했다. 수천장을 필사할 수 없어서 자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개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