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권유로 지원했던 곽태선이 국민연금 CIO에서 낙마한 이유

입력 2018-07-06 09:29 수정 2018-07-06 09:38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올해 초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게 국민연급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지원해 보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곳곳에선 장하성이 밀었는데도 낙마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는 장 실장의 권유가 아니라고 했다가 얼마 뒤 권유한 건 사실이라며 인정했다. 다만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공단에서 곽 전 대표를 적임자로 봤으나 지원을 직접 제안할 수 없어 장 실장에게 전화를 부탁한 것일 뿐 인사개입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곽 전 대표는 실제로 국민연금 CIO공모에 지원해서 1순위로 면접까지 통과했지만 막판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장 실장은 곽 전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잘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 차원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곽 전 대표가 인사 검증과정에서 탈락했다는 것은 청와대 정책실장이 마음에 들었던 인사마저도 청와대가 철저한 검증으로 떨어뜨렸다는 건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곽 전 대표는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CIO 공모과정이 시작되기 전인 1월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전화가 왔다”며 “그는 CIO에 내가 좋을 것 같다며 지원을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폭로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곽 전 대표에게 내정 사실을 통보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곽 전 대표는 장 실장과의 통화에서 “기금운용본부 CIO직무대리나 다른 실장 중에서 승진해도 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장 실장은 그 사람 중엔 없는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국내에서는 학연‧지연이 없는 사람이 안 보인다고 했다”고 곽 전 대표는 부연했다.

그러나 곽 전 대표는 검증 과정에서 병역과 국적문제, 아들의 이중국적에 병역 면탈자라는 이유로 검증에서 낙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CIO공모 과정을 주관한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곽 전 대표에게 탈락 사실을 공식 통보하고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상적 채용 과정을 밟지 않고 장 실장의 전횡으로 CIO를 채용하려 한 것은 그야말로 국정 농단”이라며 “국민의 노후자금에까지 손을 대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