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G측은 원가 공개 문제나 케이터링 질 등의 문제가 있었다”
“대한항공이 도와주면 해결할 수 있었는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기내식 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기존 납품 업체의 품질과 원가 공개 문제를 지적하고 대한항공이 비협조적이었다는 등의 남의 탓 만하는 사과로 대중들의 공분을 더 키웠다. 때문에 온라인 곳곳에선 차라리 “사과를 하지 말지 그랬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기내식 대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대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협력사 대표가 불행한 일을 당한 것에 대해 무척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LSG코리아에서 새로운 케이터(기내식 업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준비가 부족했고 많은 오해를 사게 됐다”고 한 박 회장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변명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질의응답 시간에 불거졌다. 기존 기내식 공급엄체인 LSG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지주사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 투자를 요구했다가 거절하자 아시아나항공이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 업체를 바꾸면서 기내식 대란이 생겼다는 의혹에 박 회장이 답변하면서 기존 업체와 경쟁사를 비방한 듯한 발언을 했다.
투자 문제 때문에 업체를 변경한 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한 박 회장은 “LSG 계약에서 독점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원가를 공개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고 원가공개를 수차례 요청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원가 공개라든지 케이터링의 질이라든지 이런 면에서 우리가 충분히 아시아나 항공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납품업체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또 경쟁사인 대한항공을 거론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대한항공에서 도와주면 또 해결할 수 있었는데 죄송스럽게도 협조를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3월 기내식 업체에 불이 났을 때 대한항공이 기내식 협조를 거절했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이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기존 업체와 경쟁사를 언급하자 이들은 즉각 반발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을 납품했던 기존 업체 LSG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 회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회장의 원가 미공개와 품질 우려 등에 대해서는 정직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한 LSG는 “인수인계를 최대한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협력해 왔다. 모든 부분에서 계약 조건을 준수했고 원가에 있어서도 항상 계약에 명시된 사항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품질 문제에 대해서도 “당사와의 계약 기간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뛰어난 기내식 서비스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스카이트랙스 어워드’를 수상하고 표준 품질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등급도 받았다”며 “2년 전 기내식 공급업체가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변경된 것은 박 회장이 언급한 원가 공개나 품질 문제와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LSG는 박 회장이 대주주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을 투자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뒤 계약이 틀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불공정 거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다.
대한항공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 임원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었지만 이틀 동안 답변이 없었다”며 지난 일을 꺼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불쾌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25일 게이트고메코리아 신축 공장에 불이 나자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항공에 지원을 요청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 달리 자체적으로 기내식을 생산하는 업체를 두고 기내식을 공급받고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7월~8월이 성수기인 만큼 아시아나의 기내식 수요까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해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기내식 대란이 사흘째 지속된 지난 3일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 기내식 담당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관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포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의 호의를 무시했다. 아시아나 특은 대한항공 측이 전화한 것은 맞지만 기내식 상황이 안정되고 있는 단계라며 지원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