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탄핵심판 결정에 불복한 과격 시위에 대비해 공수부대 등 병력을 투입해 이를 진압하는 방안을 담은 문건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병력 동원을 위해선 위수령과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무사는 2017년 3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A4용지 10장 분량의 이 문건은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등 단계적으로 증원부대의 지정과 배치, 계엄사의 편성과 업무 등 군 차원의 대비 계획을 담고 있다.
문건은 촛불집회 당시 상황을 ‘정치권이 가세한 촛불·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보수 세력간 대립 지속’이라고 평가했다. ‘촛불집회’는 ‘기각되면 혁명’을, ‘태극기 집회’는 ‘인용되면 내란’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헌재 결정 이후 상황에 대해선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해 청와대·헌법재판소 진입·점거를 시도’ ‘동조세력이 급격히 규합되면서 화염병 투척 등 과격양상 심화’ ‘사이버 공간상 유언비어 난무’ ‘집회시위 전국으로 확산’ 등 치안 불안 상태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거론했다. ‘진보(종북) 또는 보수 특정인사의 선동으로 인해 집회·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표현도 있다.
‘현상진단’에는 ‘北(북한)의 도발위협이 점증하는 상황 속에서 시위악화로 인한 국정혼란이 가중될 경우 국가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어 軍(군) 차원의 대비 긴요’라고 적혀 있다. 기무사는 단계별 비상조치 시행방안에 대해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여 대응하고 상황악화 시 계엄(경비->비상계엄) 시행 검토’라고 적었다. ‘계엄사 편성’은 기계화사단 또는 공수여단 소속 병력 등을 투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문건에는 ‘계엄사 보도검열단(48명)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9명)을 운영, 軍(군) 작전 저해 및 공공질서 침해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언론통제’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또 문건 마지막 쪽 ‘향후 조치’에는 ‘본 대비계획을 국방부·육본 등 관련부대에 제공’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의원은 “촛불집회 때 군이 위수령,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고 주장하며 해체 수준의 기무사 개혁 필요성을 거론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