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다 151> 소원

입력 2018-07-05 18:12
병원가는 길. 주차장에서 버스까지 늘 안아준다.

며칠 전부터 인영이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곧 아빠 생일인데 선물 뭐 해줄거냐고. 인영이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생일 전날 저녁, 인영이가 자신이 정성스레 모은 저금통을 가져왔다. 약 잘 먹고 치료 힘들 때마다 손에 쥐어 준 동전을 모은 저금통이었다(참고로 인영이는 지폐보다 동전을 더 좋아한다).

감격해하고 있을 때 엄마가 흥을 깼다.
“인영아, 그거 1년 전에 엄마 생일선물로 준거잖아.”
인영이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제부터 인영이가 열이 났다. 정기 외래 진료 받는 날이어서 아침엔 서울 병원에 갔다가 돌아와서는 동네 이비인후과를 갔다. 편도선염이라고 며칠 열이 날수도 있다 해서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잘 잤다. 아침에 출근할 때 자는 모습을 보고 나오며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게 아빠한테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인영이가 1년간 모은 저금통. 1년마다 엄마아빠 선물로 재활용된다.

어제 병원에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인영이가 엄마에게 자기는 세 가지 소원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첫째는 가족들이 모두 아프지 않는 것, 둘째는 이제는 병원에 안 가는 것, 셋째는 하늘나라 안 가는 것.
아빠의 소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 가족 지금처럼 쭉~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