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농구대회 참석차 평양을 방문중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5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약 50분간 환담을 나눴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우리측 대표단 숙소인 고려호텔에 도착한 뒤 오전 10시20분부터 조 장관 등 우리 대표단과 환담했다. 당초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우리 여자 농구선수단을 격려할 예정이었지만 북측이 2시간 전쯤 고위급 인사가 숙소를 방문할 것이라고 통보하면서 일정을 취소했다. 우리 측은 방문하는 인사가 김 부위원장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깜짝 등장’한 김 부위원장은 조 장관과의 환담에서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대리인 자격으로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무위원장께서 어제 (남북 혼합팀) 경기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셨다. 몸소 발기한 통일농구경기니까 (남측에서 국무위원장이) 혹여나 오시지 않겠나하는 기대 속에 있다는 말씀을 전해들으셨다”면서 “조 장관 등 남측에서 여러분들 오셨는데 저보고 나가 만나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 해서 이렇게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 국무위원장께서 지방 현지 지도길에 계신다”면서 “오늘 경기도 보지 못할 것 같고 해서 조 장관께 이해를 구하고, 오랜만에 (조 장관이) 평양 오셨는데 하고 싶은 얘기도 간단히 나누는 것이 어떻겠느냐 조언이 있어서 왔다”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판문점선언 이행차원에서 통일농구경기가 열린 데 대해 그 어떤 대회보다 더 뜻이 깊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도 김 부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조 장관은 “출발 전 우리 대통령께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여주셨고, 북측에 가서 혹시 국무위원장을 뵙거나 북측 관계자들을 뵙게 되면 판문점선언 이행에 대한 남측의 의지를 잘 전달해달라는 말씀이 있으셨다”고 말했다.
회동은 오전 11시10분까지 약 5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 당국자는 “조 장관이 환담 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오고 바쁘실텐데 와주셔서 고맙다고 하자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명균 선생도 중요하시니 와야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5~7일)과 북미대화 관련 의견도 나눴다. 조 장관은 회동이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김 부위원장이 먼저 ‘북측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서 북측 나름대로 잘 협의를 할 것’이라고 얘기를 꺼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이) 일정 관련해서 본인은 내일 그런 일정이 있고 해서 미국 측과 잘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며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미 3자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북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평양공동취재단,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