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까지 北김정은이 설계” 통일농구대회 뒷이야기

입력 2018-07-05 16:27
사진공동취재단 = 방북중인 남북통일농구경기단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김영철 노동당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지지도 차 지방을 순방하고 있어 남북통일농구대회 직관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회 세부사항을 살뜰히 살핀 것으로 전해지면서 남북 화합을 위한 의지와 더불어 ‘농구광’ 면모까지 여실히 드러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5일 오전 10시 20분쯤 평양 고려호텔에서 남북통일농구대회 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금 국무위원장은 지방 현지지도 중이라 (직접 와서) 경기를 보지는 못할 것 같지만, 어제(4일) 경기는 텔레비전을 통해 봤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대회 전반적 흐름을 김 위원장이 하나하나 잡아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기 도중 선수들을 소개할 때 “남측 음악을 틀어라”는 조언을 하면서 남측에서 방송과 음악을 들여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특별한 관심 속에서 마련된 통일농구경기다. 북남관계 역사에 좋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김영철 노동당부위원장이 5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조 장관은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다. 특히 중간에 아나운서가 방송하는 건 우리가 미처 생각 못했다. 와서 보니까 전체 분위기 돋구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다시 한번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김 부위원장은 “제안은 김 위원장이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호응이 참으로 고맙다. 앞으로 이런 흐름 계속된다면 북남관계는 좋은 길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이번 대회를 통한 양국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도 확인했다.

조 장관이 “출발 전 문 대통령이 북측에 가면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남측의 의지를 잘 전달해달라고 말했다”고 운을 떼자, 김 부위원장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제안한 이번 남북통일농구대회가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이날 오후 3시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는 통일농구대회 여자 친선경기가 열렸다. 남자 친선경기는 오후 5시에 시작한다. 이후 저녁 8시에는 최휘 위원장이 주최하는 환송 만찬이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