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에 이어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영장까지 기각한 허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허 부장판사의 파면을 요청하는 청원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5일 오전까지 올라온 청원만 5개, 동의한 사람은 800여 명이다.
‘권성동 의원 기각한 허경호판사 파면해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한 청원인은 “대한민국 법 진짜 믿을 수가 없다”며 “이명희 영장도 기각하더니 도대체 국민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허경호 판사 및 판사 파면 처벌법 제정을 촉구 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린 한 국민은 “허 판사가 궤변으로 영장을 기각했다”며 “국민 정서는 기각한 판사까지 공범으로 간주해 파면, 구속했으면 하는 염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관들의 기이한 판결은 비단 허 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범죄를 저질러도 판사 주관과 재량으로 가해자를 석방, 집행유예 등 가해자 보호에 올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과 형량을 세분화해 판사가 멋대로 재량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법원을 감시하고 파면할 수 있는 민간 감사기구의 설립을 요구했다.
또 “대법원장은 2년 임기 직선제로 제한 후 재신임 받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인적 사항을 제외한 모든 재판 내용을 공개 열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오전 10시 기준 이 청원은 531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허 부장판사는 5일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하여 법리상 의문점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주거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그는 또 이명박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의 야권 인사 불법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의혹을 받던 안태근 전 검사장,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수사 축소를 지시한 혐의를 받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피의자 구속은 처벌이나 형벌이 아니다. 형사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의자라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유죄 판결에 앞선 구속은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마치 법원이 무죄 판결이라도 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오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도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피해자·참고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감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도 충분히 감안하라는 요구다.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영장전담 재판부는 늘 불구속 원칙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서 고뇌에 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재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