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부터 신부님까지…4대강 사업 반대했다가 국정원 표적됐다

입력 2018-07-05 08:07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학계, 정제계, 시민단체들이 이명박 정부시절 국가정보원 사찰의 표적이 됐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KBS와 JTBC 등은 4대강 사업을 반대했다가 피해를 본 인물들의 증언을 잇달아 공개했다. 10년 전 4대강 사업이 대재앙이라고 예고했던 김이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4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10년 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2008년 5월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4대강 사업은 대재앙이 될 것이며 정부가 영혼없는 과학자가 되라고 몰아친다”는 내용의 폭로글을 올렸었다. 이후 김 연구원은 “위에서 한 달 동안 연락 차단하고 다른 곳에 가 있으라고 하더라”며 “파면이라고 생각하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정직으로 나왔다”고 JTBC에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국정원이라는 데가 와서 뒷이야기를 물어봤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그런 거를 물어보고 다녔다”며 “(고과성적을) 3년 최하위 안 주는데 그렇게 나왔더라. 근처에 오면 찍히니까 동료들도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가스공사에서 시민단체 지원 등 사회공헌사업을 담당하던 김형규 과장은 국정원 직원이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에 사업비 지원을 금지시켰다고 폭로했다. 김 과장은 KBS에 9년 전 사장실에서 국정원 조정관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 지적을 하면서 여기는 지원되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사장님이 급하게 이 단체에 돈이 나갔는지 확인을 했고 그 다음에 지원이 안 됐다”고 폭로했다.

김 과장은 또 “사장님이 그런(국정원) 결재란을 하나 더 만들어 주셔서 국정원 사인을 받아주라고 했다”며 “(김 과장은)조직이 자존심도 없느냐, 말도 안 된다고 해서 강하게 어필했더니 비서실장이 나를 강제로 끌고 나갔다. 사장실에서…”라고 회상했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도 “기업 담당자가 어느 날 후원금을 줄 수가 없으니까 조용하게 만나자고 그러더니 국정원 조정관이 직접 자기네 사회공헌팀 회의에 참석해 주지 말라고 했다”며 “환경 단체가 4대강을 찬성하라고 지시했고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도 전했다.

4대강 사업 반대에 앞장섰던 교수에게도 국정원 직원이 수시로 연락해 압박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KBS에 “(국정원 직원이 전화해)똑바로 안 하면 재미없다는 신호로 느껴졌다”며 “오늘은 그냥 못 만나고 가는데 앞으로 잘 좀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을 했던 양기석 신부도 “국정원 직원이 따로 인사를 하겠다고 그러면서 명함을 주고 국정원에서 왔다고 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조금 긴장했다”고 설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