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축구협회는 현재 외국인 명장을 데려오기 위해 고군분투 중으로 보인다. 양국 차기 사령탑들이 지휘봉을 잡고 첫 번째로 치르게 될 국제 메이저대회는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일본은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시아 5개국(A조 사우디아라비아, B조 이란, C조 호주, F조 한국, H조 일본) 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8년 만에 조별예선을 통과했다는 점, 또 아시아국가 최초로 16강 토너먼트에 3회 출전한 국가에 기록됐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다.
다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황금세대’ 벨기에를 상대로 2대0으로 몰아붙이며 8강 문턱까지 갔다가 통한의 역전패를 당해 탈락한 것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본은 독일 축구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 선임이 유력하다. 현재 협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꽤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클린스만을 사령탑에 앉히기 위해 연봉 200만 유로(약 26억원)을 제시했고, 클린스만 감독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1월까지 미국대표팀을 맡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2006년 월드컵 때 독일을 3위로, 2014년 월드컵 때는 미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러시아 월드컵 기간엔 영국 BBC의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타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16강 탈락 직후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좋은 경기를 해줬다”면서도 “유임은 또 다른 이야기다. 기술위원회에서 제대로 토론하겠다. 다음 감독 선임은 백지 상태다. 일본인 감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일본 축구협회는 조별리그를 통과한 니시노 감독에게 유임 요청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퇴장으로 10명만 싸운 콜롬비아와의 경기 밖에 이기지 못해 책임론이 일었고, 결국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클리스만 감독 외에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 로베르토 도나도니 전 볼로냐 감독 등도 후보로 올리고 차기 감독으로 데려오기 위해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오후 감독선임위원회 회의를 거쳐 신태용 감독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게 된다. 감독선임위원회는 신 감독이 작년 7월 사령탑 취임 후 거둔 훈련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재계약 또는 계약 종료 등을 결정한다.
브라질의 ‘글로부에스포르테’는 4일(한국시간) “이집트축구협회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뒤 엑토르 쿠페르 감독을 경질하고 나서 스콜라리 감독과 접촉했다”라며 “대한축구협회 역시 스콜라리 감독에게 공식 제안을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와 스콜라리 감독 양측간의 접촉 여부를 두고 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이에 축구협회는 곧바로 진화에 나서며 “일각에서 제기된 대한축구협회의 스콜라리 접촉설은 사실 무근임을 밝힌다”며 “감독선임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감독과도 접촉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다”고 해명했다. 스콜라리 감독에 대해선 “몸값 키우기로 보인다”며 “과거 명성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곳(이집트)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고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축구협회는 신 감독의 유임 여부를 결정한 뒤 새 감독 후보군을 정리하고 검토, 접촉하는 등 일련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까진 외국인 감독의 선임이 유력하지만 신 감독의 유임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소위원회에서 월드컵 공적을 인정해 신 감독의 유임을 결정하면 협회는 굳이 외국인 감독들과 접촉할 이유가 없게 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