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의 운명의 아침이 밝았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오후 감독선임위원회 회의를 거쳐 그의 거취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자리에서 작년 7월 사령탑 취임 후 거둔 훈련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되며, 이를 토대로 재계약 또는 계약 종료 등을 결정한다. 신 감독의 계약기간은 이달 말로 월드컵 32강 조별예선 탈락과 함께 종료됐다.
현재까진 외국인 감독 선임이 유력하지만, 아시안컵이 채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 감독의 연임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해 지휘봉을 잡고 첫번 째로 치르게 될 국제 메이저 대회는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자신의 축구 철학과 전술적 역량을 발휘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외국 감독을 선임할 경우 부임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상당하다. 선수들의 개개인 역량과 스타일을 파악하는데도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그런만큼 목표였던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는 마지막 극적인 드라마를 쓴 신 감독의 지도력 등이 평가 작업의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는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지난달 3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대표팀과 동행하며 신태용 감독의 훈련 지휘 과정과 볼리비아 및 세네갈과 평가전,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꼼꼼하게 지켜보며 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브라질 매체 글로부 에스포르테가 4일 “이집트축구협회가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과 접촉했고 대한축구협회도 제안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양 측의 접촉 여부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축구협회는 곧바로 진화에 나서며 “일각에서 제기된 대한축구협회의 스콜라리 접촉설은 사실 무근임을 밝힌다”며 “감독선임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감독과도 접촉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스콜라리 감독에 대해선 “몸값 키우기로 보인다”며 “과거 명성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곳(이집트)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고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축구협회는 신 감독의 유임 여부를 결정한 뒤 새 감독 후보군을 정리하고 검토, 접촉하는 등 일련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만일 소위원회에서 월드컵 공적을 인정해 신 감독의 유임을 결정하면 협회는 굳이 외국인 감독들과 접촉할 이유가 없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더욱이 협회에는 스콜라리 감독 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외국인 감독들의 이력서가 전달됐다. 대개 해당 감독들의 국내 대리인을 자처한 에이전트들이 보낸 자료다.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 축구협회다.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할 감독과 터키의 세뇰 귀네슈 감독 또한 후보군 중 한명이다.
신 감독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신중하게 다가가야 할 부분이다. 16강 좌절에 아쉬움이 남고, 독일을 잡고 하다 보니 마음이 정리가 안됐다. 깊이 있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답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앞서 아시아 최종예선이 끝난 후 거스 히딩크 감독 선임 문제와 관련해서 한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들은 앞서 감독의 거취 문제를 두고 항상 여론의 눈치를 보며 고민해왔다.
한국 축구의 비전과 장기 플랜을 실행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은 과연 누가 될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