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학에서 ‘유교적 여성’ 교육…과거 슬로건 ‘양성평등’ 버리나

입력 2018-07-04 14:51 수정 2018-07-04 14:55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한 중국인 관광객이 구매를 위해 여권을 들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양성 평등’을 주창하던 중국 공산당에서 최근 여성의 ‘유교적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남부 전장 대학에서 ‘여성의 덕목’이라는 수업을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수업 목표는 남녀가 유별하다는 유교적 가치를 함양하고 현명하고 완벽한 여성을 육성하는 것이다. 수업에서는 패션·메이크업, 서양화 그리기, 다도 등 ‘여성성’을 함양할 수 있는 활동들을 교육한다.

역대 중국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 사진 = Asia Briefing 홈페이지 캡처.

과거 중국 공산당 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은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받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양성평등을 주장했다. 1970년대에는 중국에서 노동이 가능한 연령인 여성 중 90%가 직업을 갖기도 했다. 여성 취업률은 1990년 이후 꾸준히 감소했고, 2016년에는 56.9%(약 3억6000만명)까지 하락했다. SCMP는 “지난 3월 시진핑 재집권과 권력 강화 이후로 중국 내 성차별은 훨씬 더 노골적이 됐다”며 “시진핑의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여성을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목표”라고 전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집권한 뒤로 성차별 지수는 지속적으로 뒷걸음질쳤다. 2013년 69위던 성차별 지수 순위는 지난해 100위권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공산당이 여성의 ‘유교적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 둔화된 신생아 숫자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5월21일에 1978년부터 시행 중인 산아제한정책을 폐지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고령화 문제와 생산력 감소, 복지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3년 중국 전체 인구 중 13%에 불과했던 60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은 2030년에는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신생아 수는 2016년 1786만 명에서 지난해 1723만 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중국 공산당이 장기적으로 성장률에 저해될 수 있는 출생률 저하를 막기 위해 인구 개혁정책 수정과 여성 교육 등 다방면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중국 집권 세력은 고학력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애를 낳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중국 시장에서 아직까지는 여성의 경제적 영향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 증권에 따르면 2015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중 여성 기여도는 41%이고 가정 소득에 대한 여성 기여도는 32.3%였다. 중국 내 여성 취업률은 2016년 현재 56.9%로 1990년대 이후로 감소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남성(43.1%)을 앞지르고 있다. 또한 지난해를 기준으로 모바일 기기 보급률이 70%를 넘어 인터넷·모바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주링허우(1990년대 생)’ 세대와 ‘링링허우(2000년대 생)’ 세대의 여성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들의 화장품이나 명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중국 내 주요 소비 계층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