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밀 아시아나, 착륙 뒤까지 면세품 판매…안전 무시하고 피해 전가”

입력 2018-07-04 14:11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부족 사태가 4일째 이어지면서 승무원을 비롯한 직원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을 향해 불만을 터트리는 수준을 넘어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고객들을 향해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블라인드앱과 오픈채팅방 등에서 “노밀(no meal) 사태에 회사는 아무런 설명도 없고 일선 승무원들만 승객들의 항의와 욕설을 다 받고 있다”며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한 승무원은 익명게시판에 “우리도 아무 것도 몰고 실어주면 서비스하고 안 실어주면 못하는 상황”이라며 “윗x들이 아무 말도 안해준다”고 상황을 전했다.

회사에서는 기내식 공급 여부를 수시로 공지하고 있지만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는 상황이다. 승무원들은 탑승구까지 가서야 기내식 공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승무원들도 식사가 없어 못 먹고 굶으며 일한다”며 “기내식 문제로 운항이 계속 지연되면서 지상직원들도 손님들 응대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했다. 직원들은 “모든건 박삼구 회장과 그 딸랑이 임원들 때문”이라며 “승무원 출신 임원들이 상황을 더 잘 알거면서 사태를 이 상황까지 오도록 방치했다”고 비판한 직원도 있었다.

한 직원은 회사가 기내식을 대신할 수 있는 식권 쿠폰 대신 기내면세품을 살 수 있는 TCV(트래블바우쳐)를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TCV 때문에 비행시간이 짧은 일본 중국 노선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한 뒤에도 기내면세품 판매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명백한 안전규정 위반인데다 승무원들은 게이트가 열리기 전까지 물건을 팔고 물건이 없어서 승객들에게 욕을 듣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전했다. 안전 운항을 위해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면 승객들이 거세게 항의하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TCV 지급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갑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TCV는 기내식 공급업체들에게서 받은 보상으로 지급하는 건데 이 기내면세품 판매 수익은 임원진들이 경영성과로 챙기게 돼 결국 노밀사태의 당사자인 경영진이 이익을 챙기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승객들을 걱정하며 쏟아지는 문의에 응대하고 있다. “컵라면이나 햄버거라도 들고 타야하는거냐”“뜨거운 물은 주느냐, 햄버거는 기내에 가져갈 수 있느냐” 온라인상에서 이어지는 질문에 “장거리 식사는 다 실리지만 여전히 두세시간씩 지연 출발된다”“그래도 혹시 모르니 공항서 든든히 배채우고 컵라면이라도 사서 싸오면 뜨거운 물은 부어줄 수 있다”는 답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운항 지연으로)비행기 갈아타야하는 동남아 승객들이 저희를 붙잡고 물어보는데 안타까워 죽겠다”며 “환승손님들이 진짜 걱정된다”고 썼다. 한 직원은 “환승 승객을 호텔로 인도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국내에 입국이 안되는 승객들은 답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이번 주말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직원들은 “단순히 현 사태에 화가 나서 하는 집회가 아니라 현장에서 고통 받는 국민과 직원에게 확실하게 사과하고 책임자 사퇴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밀사태는 아시아나항공 사내 문제에서 사회적인 이슈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이 개설한 오픈채팅방에는 대한항공 등 타 항공사 직원들과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시민과 기자들까지 참여해 상황을 공유하는 중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비리를 밝혀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규정 위반이 수 없이 일어나도 국토부는 민원이 없으면 안 움직인다”며 “국토부 감독관들 돌아다니면 노밀 결정도 빨리 내고 TCV 면세품 판매로 승무노동자들 규정위반으로 내모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노밀사태를 촉발한 아시아나항공과 LSG의 불공정거래 고발건의 처리를 장기간 미루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