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에게 가혹한 폭행을 당했던, 이른바 ‘부산 데이트폭력 사건’의 피해 여대생이 “가해자 부모의 계속된 연락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데이트폭력 삼진아웃제보다 강력한 처벌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 여성 A씨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건 발생 후 3개월간의 근황을 전했다. “많이 회복됐다”고 말문을 연 그는 “부산에 잠시 있다가 현재 다른 지역에 와 있다”며 “부산에 있을 때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의 정착을 방해한 것은 가해 남성 부모의 ‘연락’이었다. A씨의 여러 지인에게 돈을 줄 테니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합의를 위해서였다. 그는 “현상금 걸듯 제 또래한테 부탁했다. 저와 친한 친구 집, 또는 직장에 찾아가겠다고 하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전화도 계속 했다”며 “저한테도 했다”고 설명했다. 연락이 닿지 않자 A씨가 다녔던 대학으로 편지를 계속 보내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가해 남성은 현재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A씨는 “알고 보니 소년원 전과가 있더라”면서 “바람 소리만 들려도 자다가 일어나 문이 잠겨 있는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삼진아웃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가해자는) 바로 구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인이었던 피해자의 신상을 잘 아는 가해자가 2차 보복을 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가해자가 구금돼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일상생활에 돌아오려 하는 건데 만약 밖에 있다면 저는 집 앞으로 한 걸음도 못 나올 것 같다”고 호소했다. 가해 남성이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저를 (폭행할 때) 사과하는 척 집 밖으로 유인했다”며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지난 3월 22일 3개월 동안 교제한 동갑내기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남성은 A씨를 차에 태워 야산으로 데려간 뒤 마구 때렸고 자신의 집에 데려가 감금시켰다. A씨와 남성의 자택 등에서도 폭행이 이어졌다. A씨는 남성의 집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폭행에서 벗어났으며 눈과 코 부근이 골절되는 등 크게 다쳤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