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서로 의견이 다른 점이 있어도 대화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을 동시에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 출범식에 앞서 양대 노총 위원장과 20여분 간 면담했다. 이번 면담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배석했다. 노동계 고위 관계자는 “면담 당일 연락을 받을 정도로 갑자기 전격적으로 이뤄진 자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법 개정과 관련해 양대 노총을 직접 설득하려고 만든 자리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부는 노동계가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만큼 친(親)노동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에 양대 노총이 모두 반발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한국노총은 민주당과의 협의 이후 사회적 대화에 복귀했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참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면담에서 개정 최저임금법에 대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 조항 등 문제 있는 조항은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며 “피해가 예상되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분명히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등 산전한 노동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최저임금법 개정 때도 그랬고 지금도 탄력근로제 확대 등 예민한 사안으로 노동계를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및 정책협약 이행 합의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이 지켜지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도 요청했다. 이어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므로 지속적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양대노총의 요구에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 방향은 흔들림이 없다', ‘해당 부처가 개정 최저임금법에 대한 보완 대책을 세워가길 바란다', ‘ILO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 ‘노정간에 갈등은 있어도 대화의 틀은 유지해주길 부탁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민주노총은 설명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노동계와 직접 대화에 나선만큼 이번 면담이 최저임금 문제로 꼬인 노동정국을 풀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민주노총이 여전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사회적 대화 재개 여부는 미지수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 민주노총과 만나 노동 현안을 둘러싼 노정협의를 가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