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아이를 낳고 도망간 한국인 아빠를 한국정부가 나서서 찾아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자는 필리핀에서 거주하며 ‘코피노 아빠를 찾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단체 차원에서 코피노 아빠를 찾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청원을 올린 것이다.
청원인은 필리핀에는 한국 아빠가 낳고 도망간 아이가 약 4만 명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유학생, 어학 연수생, 파견 직원 등이 현지 여성과 연애를 하다 여성이 임신하면 한국으로 도망가고, 남겨진 현지인 가족은 가난과 배신감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또 코피노 탄생과정에서 성매매 등 우발적인 출산은 5% 내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그저 쉽고 자극적인 취재를 위해서 ‘코피노=성매매’라는 편견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필리핀이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낮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어느 나라든 자식-부모 관계와 출산의 문제는 막중한 것이라며 이런 무책임함이 결국 돌고 돌아 국내에도 약 16만 명의 미혼모가 남겨졌다고 했다.
“정부는 응답하라. 무책임한 한국 아빠들을 찾아, 양육비와 행정비용을 청구해야 한다”는 청원인은 코피노 아빠 찾기에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 세 가지를 덧붙였다.
먼저 민간단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코피노 아빠를 찾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통신사, 관공서가 애 아빠 찾기에 협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코피노 아빠를 찾습니다’ 블로그는 지난 3년 동안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코피노 아빠 66명 얼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40명을 찾아냈다며 관련 사이트 링크를 첨부하기도 했다. 코피노 아빠의 초상권침해와 명예훼손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아이 생존권이 더 소중하므로 불법을 감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국가가 나선다면 통신사와 관공서의 협조로 코피노 아빠 수색작업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으로 “민간단체가 나서기엔 너무 위험하다. 애 아빠의 상당수는 미혼모에게 조폭, 깡패를 보내서 양육비 소송을 취소하라고 협박한다. 그래서 미혼모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호원을 별도로 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민간단체가 하기엔 위험하므로 사법행정기관이 도와야 한다는 청원인의 입장이다.
“민간단체가 나서면 ‘미혼모를 앞세운 사기꾼’, ‘조직폭력배’라고 의심받는다”는 것이 국가가 코피노 아빠 찾기에 나서야 하는 마지막 이유였다.
청원인은 “낙태는 금지하면서 육아의 책임을 미혼모에게만 묻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며 “국가가 나서서 무책임한 코피노 아빠들을 찾아 달라. 공익적인 개인이나 단체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또 “필리핀의 4만 미혼모, 나아가 국내 16만 미혼모들의 생존권이 걸린 이번 국민청원에 여러분의 동의를 부탁드린다”며 청원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진행 중인 이 청원은 3일 현재 약 1700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현재 필리핀에서 코피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코피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빠로부터 부양비를 받아 내거나, 자립할 수 있도록 아이 엄마를 돕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본 청원 외에도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를 국가적으로 운영하여 주세요’ ‘코피노 아버지를 찾아 책임지게 해주세요’ ‘코피노 문제 책임져주세요’ 등 수십개의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다.
원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