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의 남북관계를 반추해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첩보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본질은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공존과 화해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 ‘공작’을 연출한 윤종빈(39) 감독은 3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한반도에 해빙 무드가 감도는 이 시기에 남북이 한창 대립각을 세우던 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를 봐야하는 이유에 대한 답이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소감도 덧붙였다. 윤종빈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감동적이고 뭉클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봤을 땐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모든 것들이 합의대로 잘 이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스파이(황정민)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대한민국 첩보사에 이름을 남긴 대북 공작원 흑금성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윤종빈 감독은 “예전에 안기부 관련 영화를 취재하다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면서 “그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우리나라도 이런 첩보 활동을 하는구나, 댓글만 쓰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처음 느끼게 됐다. 그런 호기심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극 중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에 잠입한 박석영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48)은 “저 역시 이야기 자체에 놀라움을 느꼈다. 처음 들었을 땐 ‘설마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그 시대를 관통하고도 (나처럼)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의 이성민(50)은 “보통 나와 비슷한 면이 있는 캐릭터를 선호하고, 내가 갖고 있는 걸 활용해서 연기하는 편인데 리명훈은 저와 많이 다른 캐릭터여서 연기할 때 극심하게 많이 힘들었다. 만날 숙소 가서 혼자 끙끙 앓았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배우들도 다 그러고 있었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를 함께했던 조진웅(42)은 남측의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 역으로 합류했다. 그는 “감독님의 세계관은 늘 매력적”이라면서 “안기부 요원 역이라는 얘기만 듣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굉장히 탄탄했다. 마치 실제 보고서를 받은 것처럼 브리핑이 잘 돼있었다”고 했다.
주지훈(36)은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을 맡아 북한 사투리까지 소화해냈다. 그는 “이제 그렇게 많이 젊은 건 아니지만(웃음) 그래도 젊은 세대로서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안기부라는 말도 낯설었다. 잘 모르는 제가 봤을 때도 대본이 어렵지 않게 술술 넘어가더라. 참여해도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여름 성수기 대전에 뛰어드는 ‘공작’은 ‘신과함께-인과 연’ ‘인랑’ 등 기대작들과 맞붙게 됐다. 윤종빈 감독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과함께’의 하정우 주지훈 마동석, ‘인랑’의 강동원 정우성 등 배우들 모두 다 친한 친구들이고,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다 같이 윈-윈(win-win)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는 8월 8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