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인권단체가 2일 오후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 14일에 펼쳐진 1차 행동 때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이동권, 지하철 리프트에서 추락사한 故한경덕씨에 대한 공식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1호선 신길역에 도착한 열차에 승차한 뒤, 서울역에서 일렬로 내렸다. 이후 열차를 타고 시청역에 도착해 해당 역에 오는 열차들에 타고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상복을 입고 관을 든 채로 역 안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살인기계(장애인리프트) 철거하라” “2022년도까지 전 역사에 엘레베이터 1동선(지하철역 입구에서 승강장까지 끊김 없이 장애인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마련한 동선) 확보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
승하차 시위 이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시위자들은 오성규 서울시장 비서실장에게 ‘서울시장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합 관계자는 “故한경덕씨를 비롯한 많은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했다. 서울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약속을 지키고 故한경덕씨 사건에 대해 사과해야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10월 신길역에서 장애인리프트를 이용하던 故한경덕씨가 계단 밑으로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후속 대처는 미비한 상황이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지난달 “도의적인 사과는 할 수 있지만, 지하철 리프트 설치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 법적 책임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도 미진하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 ▲장애인 이동권 관련 정책 마련시 장애인단체의 의견 적극 반영 ▲저상버스 100%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장애인이동권선언’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현장에선 일부 행인들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며 막말을 쏟아내고 어깨를 밀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렇게라도 의견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 “서울시는 약속을 지켜야한다”이라는 지지의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시위에 대해 “이들이 총 3개 역에서 단체로 휠체어를 탄 채 열차에 타고 내리느라 40분간 지연 운영됐지만,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손민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