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관이 오래되면 녹이 슬고 이물질이 쌓이게 되어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신체 기관도 나이가 들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 있는 탄력적인 추간 조직을 추간판(디스크)이라 하는데, 내부는 부드러운 수핵으로 되어있고 겉은 단단한 섬유륜으로 싸여있다. 보통 다른 신체기관보다 빠른 30세 이후부터 수핵과 섬유륜에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어 50세 이후로 통증을 유발하기 쉽다.
또한 척추관을 구성하는 후관절 돌기, 추궁, 황색인대 등에서도 변성이 오면서 두꺼워져서 척추관을 좁아지게 한다. 여기에 척추가 전방 또는 후방으로 휘어 척수와 신경근을 직접 누르고 혈류 장애를 일으켜 통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퇴행성 변화를 총칭하여 척추관 협착증이라 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허리를 펴기가 어렵고 걷다 보면 통증이 심해지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게 된다. 따라서 치료도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을 모두 해결해야만 통증이 사라지고 치료 효과도 지속되게 마련이다. 즉 척추신경근의 물리적 압박, 척추신경 주위의 물리-화학적 염증상태, 척수 및 신경근의 혈류장애 그리고 자율신경기능저하의 네 가지를 해결해야만 한다.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관혈적 절개수술은 수술 자체의 침습성으로 많이 회피되고 있으며, 수술의 특성상 수술시야 확보를 위해 척수 신경 주변의 혈관을 전기소작함으로써 신경근의 허혈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이 늘 동반되고 있다. 수술 후 하지의 이상 감각이 남고 심해지는 이유이다.
비수술적 시술의 형태로 여러 시술이 최근 도입되었지만 신경근 감압이 불충분하고 척추혈류개선이 어려워 자율신경기능 개선에는 못미치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술의 성공률이 낮게 나타나고 잠시 호전 후 재발하는 양상을 나타낸다.
척추관협착증의 네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다른 시술로는 접근하지 못했던 추간공 깊숙한 곳까지 뚫을 필요가 생긴다. 추간공 깊숙한 곳까지 뚫어 숨어있는 염증까지 찾아낸 후 제거하는 시술이 추간공확장술이다.
추간공확장술은 10분정도의 간단한 시술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술을 포기하거나 수술이 쉽지 않은 환자,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자와 같은 만성질환자, 수술 후 통증이 개선되지 않거나 재발된 환자 등에게도 시술이 가능하다.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은 “추간공확장술은 막혀 있던 수도관을 뚫어 물이 시원하게 흐르게 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추간공 주위에 엉겨붙어있는 유착을 제거하고 염증유발물질을 추간공을 통해 척추관밖으로 배출하는 방식”이라며 “시술 후 부어있는 신경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추간공을 지나가는 신경절, 혈관, 자율신경도 그 기능이 회복되어 신경통증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