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해치려고 흉기 준비” 고속버스 ‘칼부림 사건’의 전말

입력 2018-07-03 14:02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고속버스 안에서 50대 남성을 흉기로 마구 찌른 20대 여성이 “사람을 찔러야겠다는 심정으로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남 하동경찰서 소속 이덕현 경위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이 경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에서 발생했다. 여성 A씨는 좌석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고, 남성 B씨는 세줄 정도 앞자리에 착석했다. 승객이 적은 버스였기 때문에 B씨가 A씨와 가장 근거리에 있었다. 이 경위는 “A씨와 가까이 있어서 B씨가 타깃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9일 “여행을 간다”는 말만 가족에게 남기고 집을 나섰다. 부엌에 있던 과도 1개를 소지한 상태였다. 이후 백화점에 들러 부엌칼과 과도가 각각 한 개씩 담긴 세트상품을 샀다. 총 3개의 칼을 준비한 A씨는 곧장 경남 통영으로 갔다. 버스에 탑승하기 직전 소주 2병과 식사 메뉴를 결제한 영수증이 A씨의 소지품에서 나왔다고 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을 나설 때 사람을 찔러야 되겠다는 심정으로 칼을 가지고 있었다”며 “나와 제일 가까이 있기 때문에 (B씨를) 찔렀다”고 밝혔다. 그는 칼을 총 세 차례 휘둘렀다. 먼저 두 번의 공격으로 B씨의 입과 목 부분에 상처를 입혔고, 마지막 일격을 막는 B씨의 왼손을 크게 다치게 했다. B씨는 자신의 고함을 들은 다른 남성 승객 2명의 도움으로 더 큰 화를 피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도 손가락을 다쳤다.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버스 안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것은 백화점에서 구입한 과도였다. 경찰에 “1개로는 불안해 (칼을) 더 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털어놓지 않았다. 이 경위는 “A씨 부모가 딸이 몇 년 전쯤부터 조울증을 앓았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치료를 중단했는데 2~3일 전부터 이상한 증세를 보였다더라. 병원에 데려가려던 참에 (A씨가) 통영을 간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사건 직후 출혈이 심해 의식이 없었지만 수술을 받고 난 뒤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 경위는 “더 철저한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2차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