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부모 잃은 아이에겐

입력 2018-07-03 13:40 수정 2018-07-03 14:26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 S는 1년 전 엄마를 잃었다. 암 투병을 하던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이는 어른들이 의아할 정도로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엄마를 많이 찾지도 않았고, 울지도, 슬픔을 표현하지도 않았다. 다만 잠을 자려하지 않고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 했다. 밤에도 불을 켜놓지 않으면 무서워하였고, 돌봐주시는 외할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공포스러워 했다. 유치원에서 산만해지고 차츰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학교에 입학해선 조금 더 심해졌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은 S가 너무 충격이 클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해 장례식에도 데려가질 않았다. 아내를 잃은 아빠나 딸을 잃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슬픔이 말할 수 없이 컸다. 아이 앞에서 애써 슬픔을 감추고 밝게 보이려 했다. 가족들 사이에서 죽음에 대한 얘기를 하거나, S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금기가 되었다. 이것이 가족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각자 슬픔을 감추고 속으로 삭혔다.

S 가족의 이런 태도는 가족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태도 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족들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이는 은연 중에 ‘부정적인 감정(슬픔, 불안, 화 등)은 나쁜 것이고 표현하는 것은 나쁜 거다’ 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어른들이 슬퍼하고 절망하는 것을 금방 눈치 채게 되어 있다. 어른들이 그런 사실을 숨기거나 부정하면 할수록 아이를 더욱 더 혼란스러워진다. 가족 모두 가족을 ‘상실’했을 때의 정상적인 애도 반응을 겪지 못하고 평생 그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아이가 부모의 장례식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은 어떤 영향을 줄까? 아이는 엄마의 죽음을 아프지만 없는 ‘현실’로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장례식에도 참석하고, 엄마가 떠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인사할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어떤 문화에서든 장례식이라는 ‘의식’은 이별을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엄마가 깊이 잠 들었어” 라는 등 은유적 표현 보다는 직설적으로 “엄마가 돌아가셨어”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부모의 죽음에 대해서 원인이나 과정 등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해주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물론 만 6세 이전은 아이들은 죽음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곰 인형과 장난감 등 무생물체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으며, 죽음이 되돌이킬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가 죽었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죽음을 그냥 움직임이 없는 상태, 어두움, 잠자는 상태 등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아이는 슬프고 자기를 남겨 놓고 떠난 엄마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고 다른 가족들도 자신을 두고 떠날 까봐 공포스럽기도 하다. S도 그랬다.

먼저 어른들이 자신들의 슬픔을 솔직하게 표현하자. 눈물을 아이 앞에서 보여도 좋다. 눈물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보여주자. 어른이 감정을 추슬러야 아이를 제대로 돌보고 아이의 감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도 좋다. 죽은 사람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이나, 물건을 두고 같이 얘기해 보는 것도 좋다. 피하지 말아야 한다. 또 어른들이 자신을 끝까지 책임지고 도움을 줄 거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친척 뿐 아니라 학교, 유치원 선생님, 친구의 부모 등에도 아이가 겪은 일을 알리고 아이의 상태를 관찰해 주기를 도움 요청해야 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