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서, 가정에서는 엄마와 아내로서 역할을 해내야 하는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남성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을 느끼는 여성도 증가했고 흡연과 과음하는 비율도 늘었다. 일하는 여성 10명 가운데 4명은 비정규직으로 고용 불안에 따른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2일 여성의 건강과 사회·경제적 활동과 관련한 지표를 담은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했다. 2016년 기준 일상생활 중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여성 비율은 28.8%로 남성(27.0%)보다 1.8% 포인트 높았다. 우울감 경험률, 즉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껴봤다는 응답자도 16.8%로 남성(9.7%)보다 훨씬 많았다. 우울감 경험률은 2013년(14.4%)보다 2.4% 포인트 증가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젊은 여성은 업무 스트레스와 가정에서 어머니, 아내, 며느리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오는 스트레스가 크고 중년 여성은 자녀, 남편 등 가족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이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이라며 “여성 가운데 감정 노동을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가 많은 점도 스트레스 노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담배 피우는 여성도 늘었다. 여성 흡연율은 2012년 7.4%로 가장 높았다가 감소했지만 2014년(5.1%) 이후 다시 증가 추세다. 2016년 기준으로 평생 담배를 5갑(100개비) 이상 피웠고, 현재도 피우고 있는 19세 이상 여성 비율은 6.1%로 조사됐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5잔 넘게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도 여성의 경우 5.4%로 전년(5.1%)보다 상승했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흡연·음주율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흡연과 음주 등 건강척도의 중요 요인이 변하는 신체·정신적 원인을 분석해 여성의 웰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여성의 절반 이상(50.8%)은 일을 하고 있었다. 여성 임금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29만8000원으로 남성의 67.2%에 그쳤다. 여성들의 근로형태는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전문직 여성이 증가하는 한편, 일하는 여성의 41.2%는 여전히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었다. 남성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26.3%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전문직 중 법조인은 여성 비율이 26.1%로 전년보다 0.8% 포인트 올랐다. 의료 분야에서는 여성 의사가 25.4%, 치과의사 27.0%, 한의사 21.0%, 약사 64.0%였다. 여성 의사는 1990년(15.4%)보다 1.5배 이상 늘었고 한의사도 3배 넘게 증가했다. 치과의사 비율은 이 기간 11.6% 포인트 올랐다. 약사는 20년 가까이 60%대를 유지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자리 잡으면 여성 비정규직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채용, 승진, 퇴직까지 노동의 전 과정에서 성 평등을 국정운영의 주요 과제로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예슬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