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지지선’ 무너진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에도 속수무책

입력 2018-07-02 17:12 수정 2018-07-02 17:19


코스닥지수가 2일 3% 이상 하락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800선을 내줬다. 올초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시장 부양 의지를 밝혔지만 거듭된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연저점 추락한 코스닥지수

2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8.40포인트(3.47%)나 하락한 789.82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코스닥지수 8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2월 28일(798.42)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무역분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수출실적마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기관과 외국인이 대량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이 기를 펴지 못했다. 기관은 635억원, 외국인은 392억원 순매도했다. 개인만이 896억원 순매수에 나섰으나 시장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1.26%)와 2위 신라젠(-5.73%) 등 바이오주를 비롯해 전 업종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54.59포인트(2.35%) 하락한 2271.54에 장을 마쳤다.

출처: 신한금융투자


◇외국인 비중 늘어난 코스닥, 대외 악재에 휘청

과거 코스피에 비해 대외변수 영향을 덜 받았던 코스닥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달러화 강세 등 외부 요인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대외 악재 영향이 커진 6월 들어 코스닥 수익률은 -7.9%를 기록해 코스피(-4.5%)보다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월 이후 코스닥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외국인 매매 비중이 늘어났다”며 “과거 5% 미만이었던 코스닥 외국인 거래비중이 최근 10%를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증시자금 이탈 등 악재가 계속될 경우 투자심리 자체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장에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됐던 800선이 올들어 처음 무너지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6일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340억 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 부과 예정일을 앞두고 양국이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무역분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증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코스닥 활성화 대책 효과 있나

지난 1월 11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 발표 6개월이 무색할 정도로 코스닥지수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정책 효과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신뢰도가 낮고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투기시장이라는 비판을 넘어 혁신·벤처기업 성장에 필요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시장으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정부 대책에 힘입어 코스닥은 900선을 돌파하며 한때 1000선이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2월 이후 정책효과가 떨어진데다 800선 중반 ‘박스권’을 맴돌던 지수마저 대외 악재의 직격탄을 맞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코스닥시장 중장기 업무추진방향을 통해 “지난 1월 발표된 코스닥 활성화 방안으로 코스닥시장 자율성 강화, 혁신기업 상장 촉진, 수요기반 확충, 신뢰성 강화 등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했다”며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를 잘 채웠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빛이 바랬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반등이 어렵다고 본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하단 지지선이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펀더멘탈이 아니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약세장이어서 언제 반등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