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김지은 ‘법정 재회’… 檢 “덫 놓고 기다린 사냥꾼” 일갈

입력 2018-07-02 15:16 수정 2018-07-02 15:21
수행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첫 정식 재판이 열린 2일 서울서부지법 303호, 그의 비서였던 김지은(33)씨가 방청석 좌측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재판이 예정된 오전 11시보다 2분쯤 빠른 시각이었다. 안 전 지사는 그보다 앞선 오전 10시55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자리한 것은 김씨의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고발이 있었던 3월 이후 처음이다.

김씨는 이날 머리를 하나로 묶고 검은색 재킷을 입었다. 재판이 시작되자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만 바라봤다. 안 전 지사는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두 사람이 움직임을 보인 것은 검찰이 안 전 지사의 행적이 적힌 공소사실을 낭독했을 때였다. 김씨는 고개를 떨궜고, 안 전 지사는 안경을 벗었다. 안 전 지사는 이어 피로한 듯 눈을 만졌다.

검찰은 안 전 지사를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으로 표현했다. 안 전 지사가 담배나 맥주 등 간단한 심부름을 시켜 김씨를 부른 뒤 성폭행한 것을 꼬집은 거였다. 검찰은 또 “차기 대권주자라는 막강한 권력과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면서 “마치 사냥꾼처럼 술과 담배 심부름을 빌미로 늦은 밤 피해자를 불러들여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 변호인 측은 적극 반박했다. 변호인은 “행동(성관계 및 신체를 만진 행위) 자체는 있었지만 피해자 의사에 반해 행한 것이 아니다”며 “위력의 존재와 행사가 없었고 설령 위력이 있었다고 해도 성관계와 인과관계가 없으며 범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형법에서 정의하는 위력이란 물리적·정신적 측면에서 힘의 행사가 있어야 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압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사회적 지위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위력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주체적인 여성’임을 강조하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무보수 자원봉사 자리로 옮겨온 결단력 있는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상황에 있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씨의 재판 방청은 그가 검찰에 모든 공판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이뤄졌다. 검찰은 김씨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전면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절차참여권을 보장하되 증인지원관 등을 통해 배려하겠다”며 부분적 비공개를 선언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4월 11일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김씨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4차례의 성폭행과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토로한 뒤였다. 안 전 지사는 김씨의 폭로를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며 부인했고, 지난달 15일과 22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나타나지 않았다. 안 전 지사 변호인 측만 나와 “서로 애정을 가지고 이뤄진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지사는 공판을 마치고 나가며 기자들을 만나 “모든 것은 법정에서 밝히겠다. 판사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6일까지 총 7회의 집중심리를 거쳐 8월 전에 1심을 선고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