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 전문의사 이선호의 이수역에서>⑸ 장마철 항문가려움증

입력 2018-07-02 09:36
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

장마철이라 그런지 비가 자주 오고 습하다.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몇 가지 꽃과 나무를 키우고 있는데 그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노라면 햇빛, 비, 바람 이런 자연의 고마움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감사하다가도 이렇게 비 오는 날이 지속되면 출퇴근도 어렵고 몸도 끈적끈적 해지며 불쾌지수가 올라가게 마련이다. 몸이 습해지면 특히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쪽이 취약한데, 항문 주변 피부도 예외가 아니다.

습기가 있는 상태에서 오래 앉아 있으면 약한 피부가 헐게 되고 가벼운 염증상태를 일으키며 가렵게 된다. 이때 긁거나 비비게 되면 상처가 생기면서 더욱 가렵게 되기 마련이다.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고 가끔 바람이 통하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집에서라면 간단하게 좌욕을 하고 물을 잘 말려준 후 헐렁한 내의를 입고 엉덩이 한쪽을 당겨 피부가 접촉되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주면 더욱 좋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가려움증이 단순한 습진 증상인지, 습한 곳에 진균증이 생겨서 그런 것인지, 헤르페스나 콘딜로마 그리고 베체트병 등 항문 주위에 생길 수 있는 다른 질병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치질 증상과는 달리 항문 주위에 생겨난 피부의 늘어짐을 피부 꼬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간혹 이러한 피부 꼬리가 속옷의 오염의 원인이 되거나 내치질과 곁들이어 커지면 탈항과 같은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항문 주위가 항상 습하고 미끈거리는 느낌이 들게 되는데 이 또한 항문 가려움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피부의 관리와 내치핵 수술을 병행하여 치료해야 된다.

점액이 묻어 나오는 현상은 간혹 대장 암이나 대장 직장의 염증에 의한 증상일 수도 있으며 이런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대장 내시경을 해서 확인해 봐야 한다.

자, 혹시 지금 너무 오래 앉아 있으셨다면 잠깐 일어나 기지개도 한번 펴고 한두 걸음 걸으며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바람이 좀 통하도록 해주자.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