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며 감격적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0언더파로 유소연,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에 이어 박성현의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시즌 2승째를 신고한 박성현은 LPGA투어 통산 4승째를 챙겼다.
이번 대회에서 박성현은 1998년의 박세리와 매우 닮아있다. 당시 박세리와 마찬가지로 LPGA에 데뷔한지 갓 1년이 지난 신인급 선수라는 점, 메이저 타이틀이 걸려있던 대회에서 위기 끝에 결국 우승을 차지했던 점 등이 그렇다. 지난 대회까지 3연속 컷 탈락 등 부진이 계속되며 마음고생이 심했을 박성현이었기에 챔피언 퍼팅을 확정한 직후 캐디인 데이비드 존스와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까지 먼저의 박세리와 닮아있다.
박성현은 이날 차분하게 경기를 치러나갔다. 전반 3~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았고 이후 보기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후반홀에서도 파세이브를 이어가던 박성현은 14번홀(파4)에서 한타를 또 한번 줄였다. 16번홀(파4)에서는 위기가 찾아왔다. 박성현의 두 번째 샷이 흔들리면서 공이 워터 해저드 근처에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박성현은 그림 같은 로브샷으로 공을 홀 바로 옆에 떨어뜨리면서 위기에서 탈출했고 가까스로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이후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17번홀(파3)에서 유소연이 티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렸다 . 결국 유소연은 더블보기로 17번홀을 마쳤다. 이에 박성현과 유소연은 먼저 경기를 마친 하타오카와 함께 10언더파 공동 선두가 됐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변화는 없었고 곧이어 연장 서든데스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박성현은 유소연과 함께 나란히 버디를 낚았다. 파에 그친 하타오카는 탈락했다.
16번홀(파4)에서 진행된 2차 연장에서 박성현과 유소연은 세컨드 샷을 그린 위에 올렸다. 이후 기상 악화로 한동안 경기가 중단됐는데 재개된 경기에서 유소연이 파에 그쳤다. 박성현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박세리는 지난해 LPGA에 입성하는 박성현에게 “LPGA의 전설이 될 자질을 가진 선수다. 부담감을 잘 이기고 열심히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건넨 바 있다. 박성현은 극적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뤄낸 20년 전 박세리의 ‘맨발의 기적’처럼 자신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