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LG는 지난 29일 임시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LG 등기이사·대표이사로 동시에 선임했다.
구 회장은 경영권 승계과정은 안정적이다. 구 회장은 ㈜LG의 3대 주주로 6.24%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구본준 부회장의 지분이 7.72%인 것을 고려하면 구본무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 11.28%의 4.5%만 상속 받아도 최대주주 등극에는 문제가 없다.
또한 형 구본무 전 회장을 대신해 그룹 승계 과정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오던 ‘삼촌’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이미 경영 일선에서 손을 땠다.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을 피하기 위한 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조카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 힘을 보태주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다만 구 회장이 직면한 내부 과제들이 만만치가 않다.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과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로 인해 위기에 빠진 디스플레이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된다.
LG그룹에게 있어 스마트폰 사업은 ‘계륵’이다.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영업 손실이 2조원이 넘는 등 장기부진에 빠졌다. 지난 5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략 스마트폰 G7 씽큐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LG전자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에도 1000억원 대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LG입장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스마트폰은 4차 산업혁명의 신성장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올해 1분기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이 공급을 늘려 LCD 패널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중국에 대규모 투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체질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위기에 빠진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해결하는 것이 경영 능력을 시험하는 잣대가 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내부적으로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LG의 경영철학을 실현 할 것으로 기대된다.
LG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결정된 사항은 빠르게 실행에 옮길 것을 강조하며, 내부 기반의 연구개발과 함께 외부와의 협업과 협력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은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만 40세인 구 회장의 ‘젊은 리더십’이 그에게 주어진 ‘첫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