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끝까지 디발라 자리는 없었다

입력 2018-07-01 10:19
사진 = 크로아티아전 교체로 투입된 파울로 디발라. AP뉴시스

유벤투스의 스타 파울로 디발라에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허용된 시간은 단 25분이었다. 조별리그 2차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득점이 필요했던 다급해진 후반 22분에야 투입됐다. 그 외의 경기에선 교체로조차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3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16강 본선 토너먼트에서 혈투 끝에 프랑스에게 3대4로 패했다. 팀이 2대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디발라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확정된 이후 디발라는 “어느 날 친구들에게 내 꿈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서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월드컵 출전에 대한 기쁨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16강 탈락으로 별다른 활약조차 해보지 못한 채 생애 첫 월드컵을 허무하게 마감하게 됐다.

디발라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곤잘로 이과인, 크리스티안 파본 등 쟁쟁한 공격수들의 골가뭄 속에서도 선택받지 못했다. 한때 메시의 후계자라고 불리며 향후 아르헨티나를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 받았지만 삼파올리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리오넬 메시의 존재다. 디발라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과 포지션이 메시와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디발라는 2선에 위치해 방향 전환이 잦은 왼발 드리블을 주로 하기 때문에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틈틈이 내려오는 메시와 동선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디발라 역시 지난 3월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뒤 메시와 ‘공생’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메시와 비슷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자신의 활동 범위와 역할이 충돌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었다. 디발라와 메시를 같은 2선에 놓았을 때 가뜩이나 불안한 수비 밸런스가 더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디발라는 처진 공격수로 나오는 2선 중앙에서의 위치를 선호하는 선수다. 측면 공격수나 최전방에 위치하기엔 아쉬움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디발라는 동료 공격수 이과인과 아구에로와의 연계가 그닥 좋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다. 플레이스타일과 선호하는 경기 리듬이 다르기 때문인데, 간결한 패스를 선호하며 한방을 노리는 이과인과 아구에로와 공을 몰고 다니는 디발라의 리듬이 다르다는 것이다. 소속 클럽인 유벤투스에서도 디발라와 이과인 조합은 큰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러시아 월드컵 남미 예선부터 조별 리그까지 불안한 아찔한 외줄타기를 해왔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월드컵 16강 탈락은 메시와 아구에로, 이과인 등 기존 황금 세대의 종말을 고하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번 러시아에서 디발라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치 않았지만 메시가 빠졌을 경우 유일하게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임엔 분명하다. 향후 메시가 대표팀을 떠나게 된다면 아르헨티나는 디발라를 중심으로 전술 개편을 할 가능성이 크다. 디발라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