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들어온 예멘인들이 집단 난민 신청을 한 가운데 주말 서울 도심에서 난민 수용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펴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난민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난민 대책과 관련된 제도 개선에 돌입했다.
불법난민신청자 외국인대책 국민연대(난대연)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 및 무사증 폐지 촉구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민이 먼저다’ ‘안전을 원한다’ ‘난민법 폐지하라’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난대연은 “국민은 정치 종교 인종적으로 박해받는 난민을 거부하지 않는다”면서도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입국해 난민법을 악용하는 이주자들을 차단할 제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한국은 동아시아 유일의 난민법 제정 국가지만 난민 수용 인프라와 경험 부족으로 법과 제도에 허점이 많다”며 “난민 신청한 사람들은 신청자 지위를 갖고 여러 혜택과 지원을 받으며 산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난민 신청자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도 같은날 열렸다. 이날 동화면세점 인근 원표공원에서는 ‘난민반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부에 제주도 예멘 난민신청자 수용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난민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범죄율을 들지만 통계를 보면 범죄 건수가 많다고 알려진 외국인 밀집지역조차 한국인 범죄율이 훨씬 높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진정 안전을 원한다면 외국인들을 힘든 3D 직업에 둘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대등한 사람으로 포용하고 사회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전날인 29일 난민심판원 신설 등 ‘제주 예멘 난민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제주 예멘 난민 심사 문제에 봉착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직원 6명을 추가해 심사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심사 담당자는 통역 직원 2명을 포함해 4명 뿐이다. 직원이 10명으로 늘면서 앞으로 난민 심사는 기존 8개월 정도에서 2~3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난민법 개정도 예고했다. 난민 자격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이 가능한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단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법무부는 난민심판원 신설도 고려하고 있다. 난민심판원이 생기면 최대 5단계의 절차가 4단계로 줄어든다. 현행법은 난민 신청(1차 심사), 이의 신청(2차 심사)을 거쳐 1, 2심과 상고심까지 세 차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난민심판원이 생기면 이의 신청 심사에 1심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해 절차를 효율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1992년 가입한 난민협약을 토대로 난민 보호 의무가 우리 정부에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극히 적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77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37명의 두 배가 넘는다. 1994년 4월 처음 난민 신청을 받은 후 지난달까지 심사가 완료된 난민 2만361명 중 839명만이 난민 지위을 인정 받았다. 제주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는 탈북자를 제3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운 중국인 선교사 단 한 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