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사의 표명 이유는 “정말 떠날 때”…인사불만설 부인

입력 2018-06-30 14:05
사진=뉴시스
탁현민(사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30일 사의를 또 표명했다. 탁 행정관은 이날 청와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애초에 6개월만 (일하기로) 약속하고 (청와대에)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 공연 이후”라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부터 평양 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임종석)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행정관은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인 정리에 (청와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 결과도 사직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고 했다. 탁 행정관은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8일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률적으로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로 청와대를 떠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4급 이상 국가공무원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탁 행정관은 “1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수많은 행사를 치러낸 의전비서관실의 동료들도 이제는 굳이 제가 없어도 충분히 대통령 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잘 해내리라는 믿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새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있어 더욱 그러한 믿음이 단단해졌다”고 부연했다.

탁 행정관은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해 “제가 청와대 안에서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이며 (의전비서관으로)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탁 행정관이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하는 말이다.

그는 “조용히 떠나고 싶었는데 많은 분의 도움으로 인해 지난 1년 내내 화제가 되었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시끄럽네요”라며 “여러 소회는 언젠가 밝힐 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굳이 이말 저말 안 하고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허리디스크와 이명, 갑상선 치료가 먼저”라며 “지나치게 많은 관심에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탁 행정관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도 폐쇄했다. 그는 2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를 거론했다. 공연기획자 출신의 탁 행정관은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토크콘서트 행사 연출 등을 맡으며 명성을 얻었다. 과거 자신이 쓴 책이 여성 비하와 왜곡된 성 의식 논란에 휩싸이며 사퇴 압박을 받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