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은 주당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최대 주 52시간 이하로 일을 해야 합니다.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2배에 해당하는 수당을 받을 수 있고요. 이렇게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의 첫 단추가 꿰어졌습니다.
근로시간단축을 적용 받는 근로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습니다.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을 적게 하는 만큼 수입이 줄어들까 걱정, 근로시간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게 정해진 경우의 혼란스러움, 근로시간 단축이 요식행위에 그칠지 모른다는 불신…. 아직은 ‘혼돈의 카오스’ 상태에 더 가까운 듯합니다.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근로시간의 정의부터 고용노동부가 제시해 준 가이드라인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짚어봤습니다. 질문 그리고 대답. 들어갑니다.
<1>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봐야하나
Q: ‘근로시간’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A: ‘회사가 근로자를 구속하는 시간’이 근로시간입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다면 이는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봐야 합니다. 회사로 출근해 명시적으로 상사의 지시를 받는 것 뿐 아니라 퇴근 후나 휴일에도 상사의 지시에 따른 일을 한다면 이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통상 주 5일, 하루 8시간씩 일하면 40시간의 근로시간이 나옵니다. 여기에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연장 근무가 가능합니다.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하게 되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서는 시간당 임금의 1.5~2배의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아파트 경비원, 고시원 총무처럼 업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시간’은 어떻게 보나요.
A: 근로시간으로 봐야 합니다. 돌발적으로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이 대기시간도 쉬는 시간이 아니라 근로 중이라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업무 지시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자유롭게 자기 시간을 쓸 수 없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다’라고 보는 거죠.
Q: 근무 중 쉬는 시간은 어떻게 정하는 건가요.
A: 근로기준법에는 4시간 근무하면 30분 쉬도록 돼 있습니다. 이 시간은 ‘완벽히 자유로운 시간’으로 보장받습니다. 보통 8시간 근무에 대해 점심시간 1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인정하는데요. 돌발적인 업무 지시는 물론이고 답답한 사무실도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만큼은 ‘노 터치’가 존중돼야 하는 거죠. 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Q: 사내교육은 근로시간인가요.
A: 회사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은 근로시간에 해당합니다. 휴일이나 퇴근 시간이 지난 뒤 교육이 이뤄지면 연장·휴일 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인력으로서 반드시 받아야 하는 교육이 회사의 지시나 명령에 의해 이뤄진 경우도 근로시간으로 포함시킵니다. 의무적인 교육이 아니고, 교육에 참석하지 않아도 어떠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경우엔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Q: 업무와 관련한 워크숍이나 세미나는요.
A: 효과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진행되는 워크숍이나 세미나는 근로시간으로 봅니다. 하루 8시간을 넘어서는 시간까지 워크숍이 진행된다면,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크숍 중 진행되는 친목 도모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Q: 출장기간 동안 근로시간 계산은 어떻게 하나요.
A: 근로시간을 분명하게 정하기 힘든 경우라 보통은 8시간 동안 일한 것으로 봅니다. 업무에 따라 8시간 동안 할 수 없는 일인 경우엔 연장근로를 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출장 중 근로시간을 어떻게 정할지는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Q: 회식도 업무의 연장인가요.
A: 아닙니다. 회식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정부는 회식에 대해 회사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 차원에서 이뤄지는 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상사가 참석을 강요했더라도 그것만으로 회식을 근로계약 상 업무로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조만간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말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걸 보게 되는 걸까요.
Q: 접대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업무 수행과 관련이 있는 제3자를 근로시간 외에 접대하는 경우, 사용자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경우엔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아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사가 은연중에 접대를 바랐다 하더라도 지시나 승인의 증거가 없는 경우엔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최근 있었습니다. 상사의 지시나 승인과 관련한 보고 등 기록을 남겨두는 게 중요합니다.
Q: 일직이나 숙직 시간은 어떤 형태의 근로시간으로 인정받나요.
A: 일·숙직 시간 중 수행하는 업무의 노동 강도가 본래 업무와 비슷하다면 정상 근무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