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두 가지 결실을 수확했다. 월드컵사에 영원히 기록될 독일전 첫 승, 그리고 ‘슈퍼세이버’ 조현우(27·대구)다. 조현우는 앞으로 두 번의 월드컵까지 우리 골문을 책임질 수 있는 유형의 결실로 볼 수 있다.
조현우는 동아시아의 좁은 무대를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골키퍼가 됐다. 디펜딩 챔피언이 탈락할 정도로 혼전이었던 조별리그 F조에서 독일·멕시코·스웨덴을 상대로 ‘선방 쇼’를 펼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유럽 진출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잉글랜드 리버풀 현지 팬들이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25·독일)의 대체자로 조현우를 추천할 정도다.
조현우의 아버지 조용복(62)씨는 29일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만난 기자에게 “아직 지나치다”고 말했다. 아들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지만 ‘벼락 인기’에 자만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더 성장할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조씨도 예외는 아니었을 테다.
조씨는 “아들이 평소 해외 진출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실력을 인정받기 전에 그렇게 생각했다면 지나치다. 당장의 꿈은 월드컵이었다. 아마도 그런(해외 진출)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있는 구단에서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현우는 청소년 대표팀을 거쳐 2013년 프로축구 K리그 대구FC에 입단했다. 2016년까지 2년 연속으로 K리그 챌린지에서, 지난해에는 K리그 클래식에서 베스트 일레븐 골키퍼로 선정됐다. 뜬공에 강하고 감각적으로 몸을 날린다. 다비드 데 헤아(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팔공산 데헤아’다.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활약하고 13세이브를 기록했다. 본선 진출 32개국의 골키퍼 40명 중 선방 부문 3위에 해당한다. 3실점 중 2실점은 페널티킥으로 허용했다. 필드골 실점은 하나뿐이었다.
조현우가 성실하게 살아온 축구인생은 월드컵에서 클라이맥스로 들어섰다. 한국 축구팬들이 조현우의 해외 진출을 기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선택은 조현우의 몫이다. 여느 부모가 그렇듯 조씨는 아들의 진로부터 용모까지 크고 작은 일에 세심하게 조언했다. 지금은 묵묵하게 지켜보고 선택을 기다린다.
헤어스타일 일화가 있다. 조현우는 대학생 때부터 헤어스타일을 바꿔 용모를 가꾸기 시작했다. 대학생에서 프로로, 프로에서 국가대표로 성장할수록 헤어스타일은 화려해졌다. 조현우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중국에서까지 화제가 될 만큼 주목을 끌었다.
조씨는 “과거에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대학생 시절부터 파마를 했다. 단정하게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요즘은 그대로 두고 있다. 자신을 알리는 수단인가 싶다”며 웃었다. 헤어스타일이든 해외 진출이든 아들의 일이라는 얘기다.
이경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