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는 불도저’ 김영주를 어쩌나

입력 2018-06-29 17:50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자리 문제 등을 논의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개각 시즌을 맞아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친문 핵심 인사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부터 “청와대의 말을 안 듣는다”고 공개적인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등을 교체하며 속도감 있는 민생 정책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일자리 정책 주무 부처 장관인 김 장관 교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는 김 장관을 두고 주어진 일은 충실히 수행한다고 보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 추진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원래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 달성 목표가 70%였지만 현재 80%를 웃도는 결과가 나왔다”며 “김 장관은 목표가 명확하면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 후 일자리 안정자금 실적 올리기에 집중해 왔다. 올 초 수개월간 지방을 누비며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장관은 현장에 대해 잘 알고, 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달 “내년에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연장해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지표 악화, 소득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김 장관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정부가 정책 홍보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할 만큼 청와대는 올 하반기 불거질 경제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바삐 뛰는 청와대와 달리 고용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청와대 정책실을 중심으로 김 장관에 대해 ‘답답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진력은 있지만 시키는 것만 한다는 뜻에서 김 장관에 대해 ‘앞만 보는 불도저’라는 별명도 생겼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가 같은 당 선배인 김 장관을 대놓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청와대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정책 추진의 전면에 나서서 책임지고 집행하는 장관들을 보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일부 장관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지만 문재인정부 2기 개각은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개혁 동력을 마련한 상황에서 굳이 인사청문회 정국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와 이낙연 국무총리는 신임 장관 후보로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사람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보다 전면적인 개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는 이미 구체적인 후보군도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환 신재희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