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완의 좌충우돌 아랍주유기>⑵ 한국의료 UAE 진출 효과는?

입력 2018-06-29 17:32 수정 2018-07-02 17:44
기선완 교수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리가 중동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다. 열사의 나라, 사막, 이슬람, 분쟁과 갈등, 테러, 그리고 석유 갑부와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UAE는 아주 안전하고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다. 7개의 부족국가 연합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의 한 토호국인두바이는중동에서 가장 화려하고 현대적인 도시이다.

두바이는 중동을 포함하여 북아프리카, 동유럽, 중앙아시아, 인도와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허브도시이며 금융 중심이다.

환율은 미국 달러 대비 고정 환율이다. 그러므로 UAE에서 돈을 벌면 달러를 갖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두바이를 방문하여 사업을 하고 관광을 하며 쇼핑을 한다.

물론 의료관광도 활성화되고 있다. 작년부터 부가가치세 5%를 인접 걸프만의 아랍국가들과 더불어 부가하기 시작했지만 소득세나 취득세 같은 세금이 없다.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국외로 입출금이 자유롭다. 의료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아주 쉽게 한국으로 돈을 보낼 수가 있다.

UAE 내에 회사를 설립하기도 아주 쉽고 간편하다. 회사를 만들면 회사에 등록한 외국인에게 거주비자를 준다.

UAE 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90%는 외국인이다. 그래서 아랍어를 몰라도 영어만 할 수 있으면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사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고 전철을 포함 대중교통 시스템도 중동에서 최고 수준이다. 자녀들의 교육도 걱정이 없다. 미국,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의 선진국 학제를 따르는 국제학교를 골라서 갈 수 있다.

UAE에서 살면서 이슬람이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포교는 주의해야 한다. 한인들의 교회가 여럿이 있고 가톨릭 성당도 있다. 한국 식당은 20여개 정도가 성업 중이고 한국 식료품을 판매하는 마트도 여러 개가 있다.

UAE에서도 한류 바람이 거세다. 케이팝에 젊은이들이 열광한다. 얼마전에 한국의 SM 소속아이돌 가수들의 대규모 공연이 있었다.

70년대부터 한국인들이 중동에 와서 성실하게 일하고 주요 랜드마크 건물들을 지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몇년간 아부다비 국비 지원 환자들이 수 천명 한국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고 갔기 때문에 한국의 의료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서울대학병원이 3년째 위탁 운영 중인 쉐이크칼리파병원의 평판도 아주 좋다.

그러나 UAE는 금융, 관광, 유통에 비해 아직 의료 수준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한국 의사들의 의료 실력이면 UAE에서 경쟁력이 있다.

의료 시장은 완전 자유경쟁시장이고 영리병원 체계이다. 자기가 의료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의료보험을 무시하고 일반 수가로 치료비를 받아도 무방하다. 의료수가는 공급자인 의사가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을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국 의사들이 해외에 진출하여 영리병원 시스템에 적응하고 자유시장 경쟁을 경험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합법적으로 한국의 의사들이 UAE 의사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으로 양국의 관계는 더욱 좋아졌다. 올해 안으로 아부다비 왕세제의 방한도 예정되어 있다. 방한 기간 중에 한국의 의료 진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해외 진출이 과연 쉽기만 할 것인가?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