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 29일(한국시각) 새벽 치러진 조별리그전에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참여하지 않아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국에서도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대표팀은 이날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을 치렀다. 폴란드에 1대0으로 패했으나 같은 시각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1대0으로 꺾으면서 일본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경기 도중 일본 대표팀은 세네갈이 콜롬비아에 한 골을 실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 공격하지 않고 고의로 자신들의 진영에서 10분가량 ‘공 돌리기’를 해 경기장에서 야유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니시노 아키라 일본 대표팀 감독은 “본의는 아니었지만, 16강에 가기 위한 전략이었다”며 “선수들도 성장하는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이날 일본과 폴란드의 경기가 끝난 뒤 “폴란드전에서 일본 대표팀의 전투 모습은 몇 점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전 10시30분을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0점을 매긴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6.3%로 절반을 훨씬 웃돌았으며 뒤를 이어 1점(9.3%), 3점(6.9%) 등 낮은 점수를 매긴 사람이 대다수였다.
일본 매체들도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다뤘다.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호치는 “일본이 소극적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시간을 끌었다”며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 등 인터넷상에서 비판이 들끓었다”고 보도했다. 사커다이제스트는 일본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네티즌들이 남긴 의견들을 소개하며 “탈락해도 전투적인 경기가 보고 싶었다” “TV 앞에서 야유했다” “부끄러운 사무라이” 등을 기사에 실었다.
일본 연예계에서도 축구 경기에 대한 평가가 뜨거웠다. 배우 노무라 슈헤이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공격적인 축구 경기를 보고 축구 팬이 된 사실을 언급하며 “결승에 가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마지막 플레이에서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 축구가 없어 분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에 반해 배우 타케우치 료마는 “이것이 승부의 세계”라며 “다른 경기에서도 일본 대표의 경기를 볼 수 있게 됐으니, 결승 토너먼트에 오르려면 절대적으로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했다.
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