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 당선인이 현금 대신 지역 화폐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시민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과 분당·판교지역 생활정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7일과 28일, ‘성남시 아동수당 지역화폐 지급 철회 요망’ ‘성남시 아동수당과 지역화폐의 연계 추진 사업을 반대합니다’라는 글 2개가 등록됐다. 이 청원은 29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각각 6549명과 169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글을 올린 청원인은 “울분을 참지 못해 어린 아기를 키우는 이 고단한 1분1초를 쪼개 민원을 넣는다”면서 “지역화폐의 사용은 제한적이다. 현실에 동떨어진 시민 울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탁상행정의 좋은 예”라고 일갈한 뒤 “대부분 부모가 필요한 아이의 생필품은 기저귀, 물티슈, 유기농 먹거리 등이다. 대체 지역 화폐로 어디서 시간 절약하며 손쉽게 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많은 사람이 은 당선인을 뽑은 손을 원망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른 청원인은 “은 당선인의 방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있는 모든 가정이 대상인 정책인데 왜 성남시민만 지역화폐로 받아야 하느냐. 성남시민의 재산이 성남시의 재산이냐”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또 “아동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수령계좌를 작성하고 계좌 인증까지 받았다”며 “이런 식으로 개별집행할 거면 계좌정보는 왜 받았냐”고 꼬집었다. 은 당선인을 향해 “본인 실적에 연연할 생각 말고 성남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과 귀를 열어라”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은 당선인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동수당과 지역화폐 연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성남 지역에서는 9월부터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지역 상품권으로 대체하겠다”면서 “일하고 번 돈이 대기업이나 중앙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성남시 지역 화폐는 대형마트, 백화점, 유흥업소에서 상용이 금지됐기 때문에 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은 당선인의 설명이다.
‘엄마들의 비빌 언덕, 성남 마더센터 추진모임’은 이에 성남시청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유아용품은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데 지역화폐 지급을 밀어붙이려고만 한다”며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엄마들의 소비패턴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규탄했다.
시 관계자는 “지역화폐 지급 방침이 알려진 최근 며칠 새 항의성 민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정책 취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재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