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직원이 개인 카드로 결제” 유튜버 ‘청와대비서실’ 화환의 정체

입력 2018-06-29 10:51
이하 유튜버 A씨 인스타그램 캡처

구독자 3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A씨가 자신이 기획에 참여한 미용 제품 홍보에 청와대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 유튜버는 논란이 불거지자 “설명이 부족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해명한 바 있다.

A씨는 “불미스러운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28일 인스타그램에 사건의 정황이 담긴 글을 게시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5일 한 업체 대표의 사무실에 방문했다가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적힌 화환을 받았다. A씨는 이 업체의 신제품 제작 과정에 관여했으며 그의 이름을 딴 ‘얼굴용 마스크 팩’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화환은 대표 앞으로 배송됐고, A씨는 청와대에서 온 선물이 신기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A씨는 대표로부터 허락을 받은 뒤 사진을 팔로어들에게 공개했다. 사진 아래에는 “내일 ‘○○팩’ 정식 런칭이라고 청와대 비서실에서 이런 선물이 도착했다. 축하 감사하다”며 ‘#청와대에 팩 하나 놔드려야겠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후 출시를 앞둔 제품이 정부와 합작한 것인지 묻는 댓글이 달렸다.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질문이 빗발치자 A씨는 “제가 이런 거로 사칭을 하겠느냐”며 “대표님의 가족이 청와대에 다니고 있어 경조사를 축하하는 차원에서 보내줬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화환이나 선물을 보내는 게 관례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주소로 배달됐지만 진짜 진짜 엄밀히 따지면 제가 아닌 대표님이 받으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설명이 미심쩍었던 일부 네티즌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결국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쓰인) 명의의 화환을 보내지 않는다”면서 “화환이나 꽃다발은 ‘대통령 문재인’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 명의로만 보낸다”고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다.

A씨는 이에 “경조사 차원이라고 했던 것은 그렇게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올리게 된 것”이라며 “나중에 알고 보니 청와대 직원인 가족분이 개인적으로 발송한 꽃바구니였고 개인 카드로 결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직원명을 안 적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저 역시 다시 꼼꼼히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씨 인스타그램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누구에게 온 건지 빼고 올린 게 잘못”이라며 “청와대에서 본인에게 꽃바구니까지 보냈다는 어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팩이 정부와 합작이라도 한 건지 궁금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반대로) 본인 이미지를 다른 화장품 업체가 무단 사용했으면 난리 났을 것 같은데”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그 직원이 엄연히 (청와대 명의를) 사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