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차명 약국 운영한 조양호 회장…1000억원 부당 이득 취득 의혹

입력 2018-06-29 08:29 수정 2018-06-29 08:42

검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명으로 대형약국을 운영해 1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정석기업이 약사에게 약국을 임대해준 것일 뿐 차명으로 약국을 개설하거나 면허를 대여받아 운영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국일보는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가 28일 오전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도 함께 조사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약사와 이면 계약을 맺고 2000년 인천 중구 인하대 병원 인근에 모 약국을 개설했다. 이 약국은 인하대학병원에 인접한 약국으로 국내 약국 중 매출 규모가 최상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측은 그룹의 부동산 관리 계열사 정석기업이 보유한 건물에 약국 공간을 제공하는 등 일종의 투자를 한 뒤 발생한 이득의 일정 지분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약국은 약사 자격증이 없으면 개설할 수 없으며 약사가 면허를 대여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수법으로 조 회장측이 약국 개설 직후부터 20년 가까이 챙긴 부당이득이 1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은 차명으로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운영한 적이 없다”며 “정석기업이 약사에게 약국을 임대해준 것이며 해당 약국에 금원 투자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1000억원대 부당이득이라는 주장도 정식 약사가 약국을 20여년간 운영하며 얻은 정상적인 수익이며, 조양호 회장의 수익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월 서울국세청은 조 회장 4남매가 부친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5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25일과 26일 조 회장의 동생 노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최은영 유스홀딩스 회장 등을 잇달아 조사했다. 조 회장은 정석기업에 비용을 부풀려 일감 몰아주기를 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받아내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빼돌린 의혹도 제기됐다.

또 2014년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 수십억 원도 회삿돈으로 지불한 혐의를 받고 있다. 27일 검찰에 출석한 조 회장은 15시간 30분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다음날 오전 1시쯤 귀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