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전 패배한 일본, ‘시간 죽이기’ 축구로 16강 진출

입력 2018-06-29 02:12 수정 2018-06-29 02:15
사진=뉴시스

일본이 폴란드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세네갈보다 높은 페어플레이 점수를 가져가면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의 ‘시간 죽이기’ 축구에 관중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은 2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폴란드에 0-1로 패했다. 하지만 같은 H조에 속한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1-0으로 꺾으면서 일본은 1승 1무 1패(승점 4)로 세네갈과 골득실과 다득점까지 동률을 이루게 됐다. 세네갈 보다 경고나 퇴장이 적었던 일본은 간신히 16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2차전까지 1승 1무를 기록하며 H조의 선두를 달리고 있던 일본은 이날 폴란드를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 탓에 후반 14분 폴란드의 얀 베드나렉이 정확한 논스톱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가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지루한 경기가 이어졌다.

폴란드가 골을 넣고, 콜롬비아와 세네갈의 0 대 0 상황이 이어지자 조 1위였던 일본은 순식간에 3위로 추락하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그제서야 경기는 다시 활력을 찾아가는 듯 했다. 다급해진 일본은 이누이 타카시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콜롬비아가 후반 29분 세네갈을 1 대 0으로 앞서가기 시작하자 2위 자리를 차지한 일본은 자신들의 진영에서 볼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세베 마코토를 넣는 등 수비진을 강화했고, 의미 없는 패스로 시간을 보냈다. 골을 넣은 폴란드 역시 승리에 만족하는 듯 공세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4만3000여명의 관중들은 일본의 이런 ‘시간 죽이기’ 축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을 돌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관중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하지만 일본은 아랑곳 않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공을 돌렸고 결국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일본의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인터뷰에서 “본의는 아니지만, 팀의 승리 전략이었다”며 “선수들 역시 원하지 않았겠지만 성장하는 선택 중의 하나였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