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는 흥미거리 아냐”…미투 소재로 한 성인 영화 논란

입력 2018-06-28 18:13
사진=예고편 캡쳐

사회 각계의 성범죄를 폭로한 미투 운동을 모티브로 한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포스터가 공개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공개된 줄거리로는 저명한 교수가 권위를 이용해 대학원생 ‘은서’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은서의 대학원생 동기 ‘혜진’은 교수에게 성상납을 해서 학업적 성취를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영상등급물위원회는 지난 18일 해당 영화에 묘사된 ▲빈번한 성행위 ▲성폭행 ▲사제간의 이익을 위한 성행각 등 사유로 청소년관람 불가 판정을 내렸다.


전국미투생존자연대 관계자는 “‘꽃뱀’신화를 빌린 성애 영화에 ‘미투’라는 소재를 덧붙여 상업화하는 건 지금도 2차 피해와 낙인을 감수하고 있는 미투 폭로자들에 대한 심각한 가해”라고 밝혔다.

영화계 여성단체 ‘찍는페미’ 역시 성명을 통해 “해당 영화는 ‘충격결말’ ‘괴물’ ‘집착’ 등의 단어를 내세워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자극적인 홍보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여성들의 성폭력 경험을 고발한 미투 운동은 관음증적 시선으로 소비되어야 할 흥밋거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한 ‘강남역 10번출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토일렛’도 언급했다. 찍는 페미는 “많은 여성들이 연대했던 #토일렛_상영_반대 운동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영화가 또 다시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영화계 내 젠더감수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해당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라며 “어느 경로로든 ‘미투 숨겨진 진실’이 상영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미투_상영_반대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고 전했다.

제작사측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며 홍보사 측은 “담당자와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 아래는 ‘찍는 페미’ 성명 전문

찍는페미는 <미투 숨겨진 진실>의 상영을 반대합니다. #미투_상영_반대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로 말미암아 한국의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문화로 인해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운동입니다. 이러한 미투 운동은 어느 경로, 매체를 통해서든 흥미거리로 소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오후, 찍는페미는 <미투 숨겨진 진실>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접했습니다. <미투 숨겨진 진실>의 예고편은 여성을 관음증적 시선으로 성적대상화하며 소위 '꽃뱀'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충격결말", "괴물", "집착" 등의 단어를 내세워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자극적인 홍보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성폭력 경험을 고발한 미투 운동은 관음증적 시선으로 소비되어야 할 흥밋거리가 아닙니다. 미투운동의 당사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영화 속 조연, 볼거리 등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서 숨쉬고 있는 인간입니다. 그들은 지금도 남성 중심적인 업계, 법조계에 대항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계는 그 특유의 수직적, 남성 중심적 분위기로 인해 권력형 성폭력이 난무하는 업계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성하고 규탄하기는 커녕, 미투 운동의 당사자,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화한 <미투 숨겨진 진실>은 제작되지 말았어야 합니다.

작년 이맘 때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던 <토일렛>의 제작 사실이 알려지며, 영화계는 거센 비판에 부딪혔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연대했던 #토일렛_상영_반대 운동에도 불구하고, <미투 숨겨진 진실>과 같은 영화가 또 다시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영화계 내 젠더감수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관객들의 눈요깃거리, 성적대상이 되고자 용기내어 자신의 피해를 공론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피해를 세상에 알림으로써, 가해자를 벌하고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고자 용기낸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국 영화인들은 <미투 숨겨진 진실>의 제작 사실로 하여금 업계의 현실을 깨닫고, 그에 대한 자정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리고 미투 운동의 당사자들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은 상영되지 않아야 합니다. 찍는페미는 어느 경로로든 <미투 숨겨진 진실>이 상영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미투_상영_반대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손민정 인턴기자